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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매력 잃어 가는 한국전자공업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환경은 동남아 어느 나라보다 좋은 것으로 믿어져왔으나 미국의 전자공업전문 주간지 Electronic News는 최근 서울 발신기사에서 『미국기업인들은 한국의 장미가 아주 가시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한국은 미국전자공업계에 의해 안식처처럼 받아들여졌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그 초택.
한국은 다음 몇가지 주요한 이유 때문에 미국전자고원 투자자들의 매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첫째, 노사분규가 날로 빈번해 지고있는 점이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전자공업회사들은 노조지도자나 노조를 결성하려는 사람들을 『부패한 기회주의자 집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조지도자들에 대한 지출이 전체경지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둘째, 대행정부처 관계사무처리에서 직면하는 많은 「래드·테이프」다.
이러한 실정을 인식한 한국의 고위정부관리들은 이를 제거하는데 힘쓰고 있으나 하급 및 중간급 공무원들은 「레드·테이프」를 즐기고 있으며 때로는 이것으로 부수입을 얻고 있다.
셋째, 북괴의 적대적인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점이다. 북괴와의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군의 유능한 방위능력을 널리 신뢰 받고 있으나 기업인들은 정치적 감정과는 관계없이 그들의 공장이 전장에 서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유리한 점도 없지는 않다.
첫째, 고자입지가 잘 선정되기만 하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노동력이 풍부하다. 전자공업에 취업 중인 여공들은 유능하며 열심히 일한다. 또 그들의 취업에 감사하고 있다.
둘째, 수질사정이 좋다.
세째, 세관의 협조가 훌륭하다. 한시간이면 수입통계 절차가 끝난다.
한편 노임은 여타극동 각국과 경쟁할만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노임이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인 만큼 노임면의 이점은 1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 근접해 있어 자원을 공급하기 용이한 점도 이점의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은 시카고에 본사를 둔 오크 전자가 작년 가을 철수하면서부터 미국전자공업의 극동거점으로서 최적지라는 인식이 흐려졌다. 서울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오크 전자는 노임 분규에서 공장경영에 이르는 모든 문제 때문에 철수해 버렸다. 『오크 철수사건은 대한 진출을 고려해온 많은 회사에 의문을 던져주었다』고 서울의 한 미국계 공장관리인은 말했다. 사실 오크 철수 이후에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전자공업체가 하나도 없다.
한국의 투자환경에서 소망스럽지 않은 요소는 이밖에도 또 있다. 2, 3년전까지만 해도 홍콩 대만 한국 등 3개 지역만이 미국전자공업 진출의 적지로 알려졌었다. 당시에 일본은 이미 노임이 너무 비쌌다.
그런데 지금은 극동의 모든 개발도상국가들이 미국전자공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청렴한 관료와 자유스런 기업분위기,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는 미국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서울에 있는 한 유력한 미국전자회사 대표는 『정부 고위층에서는 외국투자유치에 과거 어느 때보다 관심을 쏟고 있으나 하급관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진출을 고려할 때에는 반겼으나 진출한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투자환경이나 전망이 결코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페어차일드 자매회사인 세미코어는 지난 4개월간에 공장규모를 배가시켰으며 종업원 수를 3천에서 약4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미코어에는 노조가 결성돼 있다. 한편 노조가 없는 모터롤러는 1천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데 현재 대규모의 식당을 건축중이며 곧 간부직원을 배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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