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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온 열풍 비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고 막사이사이 이미지 작용>
11월11일의 대통령선거까지는 아직4개월이 남아있는데도 필리핀 전역은 7월26일 닉슨 방문이 끝나자마자 선반열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닐라시 거리에서 선거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는가 하면 여야의 정·부통령 후보가 직접 유세에 나서 신문도 온통 선거기사 뿐이다.
여당인 국민당(NP)은 현정·부통령인 마르코스와 로페스를, 그리고 야당인 자유당(LP)은 현 상원의원인 오스메니아와 막사이사이를 각각 후보로 내세워 대결하고 있다. 여야의 후보들이 모두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최상급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볼만하고 또 그만큼 승패의 예측이 어려운 선거도 없다는 중론이다.
여당 후보인 마르코스와 로페스의 현정·부통령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야당대통령 후보인 오스메니아 현 상원의원은 전 대통령의 아들이며, 부통령 후보인 막사이사이 의원은 공산 후크단 소탕에 눈부신 공을 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가 비행기사고로 참사한 고 막사이사이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이렇게 후보자의 인물본위로 보아도 얼른 어느 편의 우열을 판단하기가 힘들만한 거물 정치인들이다. 아직 초반전이지만 신문논평과 시정인들의 여론을 종합해 보면 막상막하의 전세라는 것이다.
주비 한국대사관측의 분석 평과도 스타르는 마르코스 후보가 유리했으나 야당의 맹렬한 추격으로 현재는 거의 동렬로 달리고 있다는 견해이다.

<인신공격피해 정책대결로>
이번 선거전에서 재미있는 점은 고 막사이사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상당히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그만큼 야당에 유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
친형 모습과 같은 막사이사이 후보는 처음부터 자기는 여당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은 절대 하지 않고 정책으로 대결하겠다고 다짐하고 로페스 여당 후보에도 호응을 호소했었다.
원래 필리핀의 각종 선거란 이전투우식의 난장판으로 점철도 왔는데 막사이사이의 이와 같은 호소는 반으이 크며 로페스 후보도 은연중에 호응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이 부통령 후보는 마르코스와 오스메니아 대통령 후보끼리의 치열한 공격과 응수와는 대조적으로 비교적 점잖게 싸워온 셈이다.
막사이사이 이미지가 어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정과 부패가 좀먹고 있는 필리핀 정계에서 형 못지 않게 막사이사이 후보가 청염 결백하며 추문이 전연 없는 정치가라는 점이다.
3일자 선데이·타임즈지도 막사이사이 후보가 상원의원으로서 2회 임기 중 별다른 업적이 없다는 평도 있지만 그가 때묻지 않은 성실한 정치가임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라고 추켜 올리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꺼림칙하게 생각하고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필리핀 정치사상 재선된 대통령이 없다는 징크스이다.
이 징크스를 타파하겠다는 마르코스의 투지는 그 초반전부터 부인 동반으로 지방유세에 나선 것으로 보아도 엿볼 수 있다.

<사상재선 없다 징크스도>
이번 선거는 또한 화려한 여야인물대결이라는 점에서도 볼만 하지만 그 보다도 더 주목되는 것은 선거 결과에 따라서 필리핀의 대외정책이 상당히 전환되리라는 점이다.
미-비 관계는 소의 「특수관계」인 국방상으로는 상호방위, 군사기지, 군사원조의 3개 조약으로, 그리고 경제상으로는 라우렐·탱그레 협정이라고 불리는 미-비 통상협정으로 미국과의 사이에 특혜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인에게는 개발·공공사업상의 『내국인 특우』의 특권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특수관계도 점고하는 필리핀의 민족주의에 곁들인 반미주의의 대두로 마르코스는 곤경에 처해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친미노선과 민족주의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써왔으나 차차 민족주교의 압력에 눌리는 감이 있다. 그 예로는 1974연에 고정되어야 할 전기 라우렐·탱그레 협정서는 미국인의 특권을 연장치 않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소련 동구와도 경제문화교류를 촉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마닐라의 정계 업저버들은 막르코스가 재집권하면 내년쯤 로물로 외교의 하이라이트는 소련과의 수교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인 자유당은 주로 친미 자유주의 노선을 가지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오스메니아 후보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산권으로부터의 은행제한을 완하고 공산권과 통상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월남사태 다음의 주목거리>
오스메니아 후보는 또한 마닐라시의 밤거리를 마음놓고 다닐 수 없을 정도가 된 공안질서의 악화를 통박하면서 자기가 당선되면 법과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마르코스가 재집권하면 필리핀의 대외정책은 상당히 신축성을 띨 것이며 야당이 승리하면 미국과의 특수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동남아에서 월남사태 다음으로 필리핀 대통령 선거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닐라에서 박경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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