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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정가 비상 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 국무위원도 비상대기>
9일 국회에서 정부에 직송된 개헌안은 총무처총무과에 법안 접수 제525호로 접수, 이석제 총무처장관이 바로 낮12시10분에 열린 임시국무회의로 가져갔다. 제61차 국무회의는 정총리의 이름으로 의제에 오른「개헌안공고에 관한 건」을 서일교 법제처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정총리를 필두로 회의실의 앉은 순서대로 부서 했다. 15분만에 국무회의를 마친 정총리는 서법제처장을 대동하고 바로 청와대로가 박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공고한 것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직송돼 오는 헌법개정안의 조속 공고를 위해 8일 하오부터 임시국무회의 소집을 준비하는 등 비상태세를 갖추었다.
정일권 국무총리는 8일 하오4시반 청와대에서의 정례국무회의가 끝난 뒤 바로 『언제든지 임시각의를 열 수 있도록 전 국무위원은 대기하도록』지시. 이래서「파티」에 참석했던 몇몇 장관들은 30분에 한번씩 총무처장관실로 연락을 하며 개헌안의 이송여부를 확인하기까지.

<개회공고도 떼어버리고>
박동윤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직송서류를 갖고 중앙청에 간다는 말을 들은 신민당의 장준하, 박영녹, 이기택의원 등은 서류를 빼앗아 찢겠다고 비서실에 대기하고 있었으나 박실장이 뒷문으로 나가는 바람에 허탕.
그러나 국회본회회장에 붙어있던 개헌안 발의공고는 박영녹의원이 떼어 버렸는데 「개헌 결사반대」표어는 정우회의 이원엽의원이 떼려다가 신민당의원들이 달려 붙는 바람에 실패-.

<서민호의원 등 격려방문>
8일 아침부터 의사당에서 농성을 벌인 신민당의원들은 이날 밤11시가 가까와지자 배상을 침실 삼아 잠자리에 들어갔다. 하오7시에 일본에서 돌아온 김상현의원이 의사당으로 직행, 3선 개헌반대「사인·북」에 마지막으로 서명을 했는가 하면 서민호 김영선 양일동 한왕균 허태씨 등이 이날 밤 의사당을 찾아 농성의원들을 격려했다.
농성장에는 부완혁씨로부터 사상계50권, 투위에서「콜라」3「박스」, 도진희씨가 「드링크」제, 익명의 신사가「바나」1백개, 서대문구에 사는 한 여인과 신사로부터 저녁식사 대로 1만5천5백원을 보내왔고. 진해·창원과 문 여경지구당 등에서30여통의 격려문이 보내와 농성의원들의 사기를 둗우었는데 박순천 할머니는「초상집 같은데서 밤새우는가 했더니 잔칫집에 온 기분』이라고. 밤10시쯤에는 장경순부의장이 잠시 들러갔으며「로비」에선 의원 가족들이 늦도록 서성거렸다.

<잠꼬대까지 『너 이놈아』>
밤이 깊어가자 김세영의원은 『젊은 사람들이 편히 잘 수 있게 노인들은 들어가시는 게 좋겠다』고 권해서 박순천·명진오 정일형씨 등은 일단 집으로 돌아갔고 김세영 박영녹 조석일환의원 등은 불침번을 자청, 꼬박 밤을 지새웠다.
편용호 송원영 이기택의원은 의사당에 쥐가 서성대는 것을 보고 잠에서 깨어야 야전침대를 갖다가 잠자리를 옮겼고 이재형의원은『너 이놈!』이라고 큰 소리로 잠꼬대를 해서 옆 사람이 잠을 깼다는데, 이의원은 『꿈에서 변절의원들을 만나 혼내주었다」는 것. 이 철야농성에는 80여명의 당원비서들도 가담했으며 사무처의 권효범의사국장과 길기상총무국장도 밤 늦게 돌아갔다가 새벽에 다시 나와 뒷바라지를 했다.

<원로급 이탈설에 또 철렁>
신민당의원들이 농성을 한 8, 9일 이틀동안 국회주변에는 신민당의원 한 두 사람이 또 개헌지지 성명을 낸다는 소문이 두 번이나 나돌아 한동안 소란을 피웠다.
8일 아침에는 난데없이 원로급 K의원이 개헌지지 성명을 낸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9일 아침에도 역시 원로급인 P의원의 이탈설이 나돌아 신민당의원들을 당황케 했다.
『신민당의 전열을 깨뜨리려는「매터도」』라는 것이 신민당 의원들의 풀이였지만 실성지구의 일부재선거 지원 유세반으로 결정된 P의원은 9일 현재 실성에도 없어 당에서는 그의 행방을 찾기에 사람을 풀기까지.
P의원이 개헌지지 성명을 발표 하리라던 전경련회의실에서는 공교롭게도 경제인협회의 개헌지지 성명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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