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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회화」이후 13일|3선 개헌안의 확정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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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행헌법의, 제정 실시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헌정을 통하여 경험한 실정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현하의 국내외 정세에 비추어 시급한 정국의 안정과 국방태세의 확립 및 지속적 경제성장 등의 제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헌법 개정안을 제안함.
개헌논의를 벌이는 게 좋으냐 나쁘냐, 개헌을 하면 어떻게 고치는 게 좋으냐는 따위의 얘기는 이제 필요치 않게 됐다. 제안된 개헌안에 대한 찬반만이 남았을 뿐이다. 헌법 개정안은 7일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법 절차에 의한 처리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 수립 후 아홉 번째 제안되는 이 개헌안은 대통령에게 3선 의길을 터놓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이 핵심은 무제한 연임과 3선, 그리고 3선으로 제한하는 경우 임기를 4년으로 할 것인가, 5년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박정희 대통령에게만 3선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공화당 안에서도 크게 논란됐다.

<두 번씩 열린 당5역·당무회의>
개헌안이 확정된 것은 박대통령의 7·25담화가 있은 지 13일 만이다. 그 동안 각각 두 번씩 열린 당5역 회의, 당무회의, 의원총회에서 개헌내용이 논의됐으며, 성안의 책임을 맡은 백남억 정책위 의장은 하루에 두세 번이나 박대통령을 만난 적도 있다. 개헌내용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이 처음으로 거론된 7윌27일 박대통령과 백의장 간에는 개정을 5개항 정도로 잡는 게 좋다고 얘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정의 연임세 까지도 등장>
그5개항은 ①연임조항 ②의원겸직 ③대통령탄핵 ④국무위원국회출석 ⑤의원정수.
결국 이 가운데서 국회의 국무위원 출석요구 요건을 강화하자는 대목만 빠진 셈이다.
이밖에 무소속 출마문제, 대통령의 비상권, 주요문제에 대한 국민투표제 등의 문제가 7·25담화 전에 공화당의원들 간에 얘기 됐었지만 개헌원칙과 개헌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가「클로스·업」되는 바람에 막상 성안단계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개정 내용 중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됐던 것은 연임조항. 일부에서는 헌법 제69조3항에 들어있는 대통령의 연임 금지조항을 삭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자고 주장을 폈으며, 윤치영 당의장 서리는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려 3선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남구 정책위의장 등은 『제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76년까지만 박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기는 5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당무회의에서도 임기는 5년으로 늘리고, 박대통령에게만 3선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의원 총회에 넘겼다.
지난 29일의 영빈관의원총회는 백의장의 개헌안 보고를 들으면서『이의 없소』식으로 넘어가 임기는 5년으로 하고 모든 대통령에게 3선을 허용토록 헌법본문을 고치기로 했던 것.
그러나 한참 뒤 민기식·이진용 의원 등이『임기는 4년으로 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펴자 사회를 보던 김택수 총무는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히 논의를 하자』고 제의, 일단 넘어간 임기문제가 재론되었는데 백의장은 전화를 통해 청와대로 박대통령의 의견까지 물었다. 결국 박총재의 뜻도 고려, 임기를 5년으로 하고 모든 대통령에게 3선의 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용어 해석상 혼란피한 「3기」>
임기5년 안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공화당의원들 간에서도 비판되었다.
임기5년에 3선이면 한사람의 집권을 15년이나 장기화한다는 것. 그리고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국회의원의 임기도 5년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것이 반대론의 이유였다.
이점에 대해서는 박대통령도 1년 더 연장할 명분이 뚜렷하지 못하니 종전대로 4년으로 하도록 당론을 재조정하여 수정해 주기 바란다는 편지를 백의장에게 보내 결국 우여곡절 끝에 4년으로 환원되고 모든 대통령에게 3선을 허용하도록『대통령의 계속재임은 3기에 한한다로 헌법 제69조3항을 고치기로 확정했다.
중임이나 연임이란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해석상의 혼란을 피하기 의해서이며『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 로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통령이 세 차례 대통령직을 맡았다가 한번 쉬고 다음 번에 다시 그 직을 맡을 수도 있게 됐다.
『2차 중임 할 수 있다』는 용어는 일생동안 두 번밖에 못한다는 뜻이나, 중임을 두 차례 (4선)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2차 연임할 수 있다』는 용어도 해석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명분론이 이긴「의원 수 증가」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문제에서 일부의원은『앞으로 인구증가는 농촌에 비해 도시가 훨씬 높은 비율로 늘어날 것인데,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놓으면 여당에 불리하다』는 엉뚱한 해당논이 나왔다. 그러나 윤재명의원은 『행정구역과 인구30만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도시보다 농촌지역의 증가율이 훨씬 높다』면서 구체적으로 숫자를 나열, 늘리는 게 옳다고 주장했고, 그 같은 당리를 떠나 인구증가의 장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명분론이 우세해서 정수증가가 실현됐다.
박대통령은 이번 개헌을 계기로 야당의 당략에 의한 빈번한 국무위원의 국회출석을 막으려했으며 이 뜻은 개헌안의 초안에도 반영되어 30인 이상으로 된 국무위원 출석요구 정족수를 「원의」로 고쳐 좀 어렵게 만들려고 했다.

<이의 없이 통과된 탄핵정족수>
공화당의총에서 백의장은『정무에 바쁜 장관들을 야당에 의해 아무 때나 국회에 불러오는 것은 고쳐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대통령의 뜻을 전했으나 이병옥·고재필의원 등 많은 의원은『야당의 정치활동 범위를 너무 좁혀서는 안된다』면서『국민설득이 더 어렵게 된다』 고 반대, 현행대로 두기로 했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허용은 비록 대통령 책임제이지만 당이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소외돼 온 현상을 시정하고 행정부의 대 국회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해서 이루어졌다.
당초 국무위원만의 겸직이 고려되었으나 국무총리의 겸직을 허용한 것은 장차 당의장이 국무총리직을 맡아 제2인자를 굳혀야 할 필요성이 지적되어 그 겸직의 길이 트였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2이상으로 고친 것은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경우에도 3분의2이상으로 돼있어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치이며, 공화당 의총에서 이 조항을 아무런 이의 없이 채택됐다.<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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