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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7조원 줄인다더니 … 서울 경전철 전면U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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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가 2008년 계획 발표 후 보류했던 경전철 건설을 재추진한다. 이에 따라 사업 타당성, 예산 문제를 놓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서울시는 5년 전 ‘10개년 도시철도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경전철 건설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우이~신설 노선을 제외한 노선은 재정난 등의 문제로 전면 재검토 중이었다. 그동안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 의회는 “경전철을 건설하라”며 박원순 시장을 압박했다. 적자 운영 중인 용인 등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부채 7조원 감축’을 공약으로 내건 박 시장도 경전철에 관해서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경전철 재추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총 사업비가 5조원에 이른다. 민자를 제외하더라도 서울시가 2조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는 경전철과 중복되는 버스 노선을 없애거나 감차(減車)해 예산을 충당한다는 생각이다. 또 경전철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예산 부담을 분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버스회사와 버스 이용객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경전철은 버스와 달리 수요에 맞춰 노선을 변경할 수 없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2조원가량 들어가는 예산은 사업이 실패하면 허공으로 날라가게 된다”며 “박 시장은 불필요한 대규모 토목 사업을 지양하겠다고 한 만큼 기존 토목 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경전철 사업의 성공사례가 없다는 부담도 있다. 앞서 개통한 김해·의정부·용인 경전철의 경우 수요예측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명대 김기혁(교통공학) 교수는 “서울은 교통 수요가 많기 때문에 용인이나 김해 등과 다르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8년 발표한 당초 노선 계획을 일부 바꿔 재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17일 경전철 노선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 시가 추진하는 경전철 노선은 공사가 진행 중인 우이~신설 노선을 포함해 총 5개 노선이다. 목동선(양평구 신월동~영등포구 당산동)은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시는 기존 노선 계획과 달리 신림선(여의도~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과 서부선(은평구 새절~장승배기역)을 하나로 묶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노선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부선과 신림선은 합류 방법을 놓고 두 가지 방안이 논의돼 왔다. 첫 번째 안은 서부선을 서울대까지 확장해 신림선과 연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안은 서부선을 장승배기까지 연장하지 않고 여의도 지점에서 신림선과 합류시키는 것이었다. 타당성 검토 결과 첫 번째 안은 추가 사업비가 3500억원 이상 소요돼 포기했다.

현재로선 여의도에 합류 지점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면 당초 알려졌던 장승배기~서울대입구 구간은 폐기된다. 서부선과 신림선을 통합하더라도 민자 사업자는 두 노선을 별도로 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08년 발표 때 빠졌던 난곡선(보라매공원~관악구 난항동)도 신설된다. 지상 경전철인 DMC내부순환선(수색~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강기헌·손국희·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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