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책세상] '꿈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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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잡아라!/매브 에니스 지음, 장석훔 옮김, 궁리, 8천3백원

로또 복권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여러분이 만약 어제 밤 '돼지 꿈'을 꿨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당장 복권 판매대로 달려갈까 아닐까.

십중팔구 달려간다는 쪽이 아닐까 싶다. '돼지 꿈은 횡재수'라고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이가 빠지는 꿈을 꾸면 집안 사람 중 누군가가 상(喪)을 당한다'든지 '불이 나는 꿈을 꾸면 재산이나 복이 들어온다','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미신같기만 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때론 실컷 꿈 얘기를 듣고 나서는 "그건 개꿈이야"라며 무안을 당하기도 한 경험이 있을 터이다.

하루 평균 여덟시간, 인생의 3분의 1을 우리는 잠으로 '소비'한다. '소비'라는 표현을 쓴 것은 깨어 있는 시간에 비해 잠자는 시간은 비생산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잠잘 때 경험하는 꿈도 그냥 무시해도 좋은 현상인지,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초에 프로이트는 꿈이란 황당무계한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인과관계가 분명한 논리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낮시간에 억눌려 있던 욕구가 잠잘 때 다양한 '가면'을 쓰고 분출되는데 이 가면들의 다채로운 향연이 꿈이라는 식으로 설명된다. 정신분석학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 책은 얼핏 제목만 보면 '꿈★은 이루어진다'처럼 '희망을 실현시켜라'는 뜻으로 들리지만, 신체현상으로서의 꿈을 다룬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꿈은 어떻게 다를까''잠을 자면서도 자기가 꿈을 꾼다는 걸 알 수 있을까''기차나 비행기가 없었던 옛날에도 사람들은 배나 마차 따위를 놓치는 꿈을 꾸었을까'등 한번쯤 품었을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를 필두로 인류가 꿈이 제기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는지, 동양과 서양은 어떻게 서로 다르게 꿈을 받아들였는지 살펴보면서 마침내 프로이트를 거쳐 융의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골치 지끈지끈한 책일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은 만큼 페이지마다 만화풍의 삽화를 넣고 일상에서 사례를 찾아 설명해 나간다.

'시험보는 꿈''사람들 앞에서 벌거벗는 꿈''추락하는 꿈'등 23개의 주제별 꿈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 새 '체계적인 꿈이론'을 터득하게 된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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