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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과학관, 합격자 정해놓고 면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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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립대구과학관이 직원 공개채용에서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인 면접으로 일부 직원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 고위공무원 자녀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대구시 간부 등이 대거 합격했다.

 채용 과정에서 평가위원(심사위원)들은 심사평가표(채점표)를 작성하지 않고 백지로 제출했고, 과학관 인사부서 직원들이 점수를 임의로 적어 합격자를 선발했다. 심사위원들은 채점표 점수 기재란은 비워둔 채 자신의 이름을 적고 사인만 했으며 함께 배포된 요약본(지원자의 약력이 적힌 문건)에 ‘○’ ‘X’ ‘V’ 등의 기호로 추천 대상자를 표시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달성경찰서는 대구과학관 조청원(60) 관장 등 관련자 8명을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과학관 직원 채용은 조 관장과 과학관 인사담당자 김모(34)씨, 미래부 서기관인 김모(58)씨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들은 심사위원을 결정했고 전형 방식도 면접 당일에 갑자기 변경했다.

당초 직원 채용 전형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으로 나눠 심사위원(전형별 5명씩)들이 항목별 점수를 매겨 합산해 선발토록 했다. 1차에선 심사위원 1명당 100점 만점을 주도록 하고 업무적합성(20점), 경력적합성(30점), 주요 실적 및 자격(30점), 서류 충실도(20점) 등으로 평가 항목이 정해졌다. 2차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관련 분야 전문지식(30점), 업무 능력(20점), 업무 이해 및 관심도(20점), 기본 역량(15점), 용모예의품행(15점) 등으로 평가 항목이 설정됐다.

 하지만 조 관장과 인사담당자 김씨는 지난달 21일 1차 서류전형과 같은 달 27일 2차 면접시험 직전에 각각 심사위원이 단순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형 방법 자체를 바꾸었다. 전형 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지 않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기호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형에 따라 341명의 1차 지원자 중 67명이 합격했고, 면접에선 24명이 최종 합격했다. 부정합격 의혹을 받고 있는 합격자는 공무원·공기업 직원의 자녀(7명), 공무원(5명), 언론인 가족(2명) 등 14명이다. 합격자에는 조 관장과 함께 심사위원을 선정한 미래부 서기관 김씨도 들어 있었다. 조 관장은 경찰에서 “대상자가 많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형 방법을 바꾸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관장 등이 합격자 발표 후 추천자가 표기된 요약본을 없앤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응시자의 부모 등이 심사위원들에게 자녀 등의 합격을 부탁했거나 금품을 건넸는지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 관장 등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홍권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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