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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 올려야" 연금발전위 권고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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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자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국민연금 재정을 더 안정시켜 후세대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연금 수령액은 늘리지 않고 보험료만 올리자는 주장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정부도 보험료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8일 17차 회의를 열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해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2명 위원 중 7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험료 인상률과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현행 9%(근로자와 회사가 반반 부담, 자영업자는 전액 부담)의 보험료율을 2015년부터 12.91%로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다수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안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토대로 방침을 정해 10월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직장인은 1998년부터, 자영업자는 2005년부터 9%를 유지해 왔다. 이대로 가면 올해 418조원인 적립금이 2043년 정점(2561조원)에 이른 뒤 줄기 시작해 2060년에 고갈된다. 이럴 경우 매년 지급할 연금을 그해에 걷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득의 21.4%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6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은 2047년에 고갈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 불안을 줄이기 위해 2007년 연금 개혁을 통해 노후 연금액(소득대체율)을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60%에서 40%(2028년 기준)로 깎았다. 그 덕분에 고갈 시기가 13년 정도 늦춰지면서 연금제도가 다소 안정을 찾았다. 당시 보험료율을 12% 안팎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강했으나 가입자 반발 때문에 손대지 않았다.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기금 고갈 불안이 상존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47년 후인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되기 때문에 지금의 중년층은 문제 없다.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가 수혜자인데 이들이 노동현장에서 떠나기 전에 연금재정에 더 기여하게 해야 한다”며 “재정이 안정돼야 20, 30대 젊은 층이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국민연금을 따라오게 된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 반대 기류가 더 강하다. 김용하(금융보험학) 순천향대 교수는 “ 보험료를 더 낸다고 연금 수령액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어서 제도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출산율을 올리는 게 연금재정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9일 성명에서 “공적연금제도 신뢰도를 회복하고 사각지대 축소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도 난색을 표명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방침을 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그리할 수는 없다. 경제상황·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장기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직장을 다니다 전업주부가 되면 유족·장애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적용제외자’ 제도를 폐지하는 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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