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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에 부도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영화제작은 도박과 같다』고들 얘기한다. 이것은 일단 영화제작에 손을 대기시작하면 계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부도수표를 남발하면서까지 재기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영화제작자들의 묘한 심리를두고 한말이다. 김승호씨에게 죽음을 안겨다 주었고 최근에는 최수용-김지미 부부의 이혼사태까지 번지게한 「영화제작의 실패」는 이게 한국영화계에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켜 방금 숱한 영화제작자들이 「부도」와「도산」의 소용돌이속에서 허덕이고있다. 작년말부터 나돈「6월위기설」이 바야흐로 실증되는것일까?
주초치안국은 이제까지 경찰이 검거하지 못한 부정수표단속법위반피의자가 전국적으로 6천5백49명이며 이들이 발행한 부도수표액수가 무려 1백75억원이라고 밝히고 2백만원이상은구속하라고 전국경찰에 지시했다.

<구간사태 번질듯>
이와 때를같이해서 충무로의 이른바 영화가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부도수표를 남발한 제작자들이 이곳저곳에 모여앉아 타개책을 논의하고있는가하면 몇몇제작자들은 『돈줄』을찾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계의 도산사태는 이미 금년초부터 시작되었다. 유수한 「메이저·컴퍼니」는 물론 그동안 착실히 기반을 닦아온 영화사들조차 부도수표를 남발, 몇명의 제작자가 구속되기까지 이르렀다.
영화계의 정통한 소식통은 현재 영화계의 부도수표 규모가 50여건에 3억원 정도라는 것인데 거의모두가 1백만원 이상이라고 보면 앞으로 구속사태는 더 번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면 영화제작자들은 어째서 그처럼 쉽사리 쓰러져 버리곤 하는것일까. 물론 몇몇 제작자들은 짜임새 있는 자금회전으로 확고한 기틀을 마련해 놓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재기의 여지없이 망해버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있다.
우선 제작자들의 안이한 제작태도가 문제가 된다.

<안이한 제작태도>
이들은 한때 영화에 관계(배우로서 혹은 「스태프」로서)했다는 조그마한 경력만 믿고 고작 영화1편정도 만들수있는 자금 (1천만원내외)을 가지고 영학제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설사 이 영화가 잘만들어져 서울개봉관에서「히트」를 했다해도 관객10만이 들었을경우 제작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고작 3, 4백만원-. 결국 관건을 쥐고있는것은 지방 흥행사다.

<지방 흥행사 손에>
말하자면 지방흥행사들의 횡포는군소 「메이커」 하나둘쯤 쓰러뜨리기문제가 아니다.
경우에따라선 영화가 나오기전 입도선매식으로 제작자와 지방흥행사간에 거래가 오고가지만 그 거래가3∼4개월, 심하면 5∼6개월의 연수표로 이루어진다는데 심각한 문젯점이있다.

<이자붙는 악순환>
제작자는 그 연수 표만믿고 충무로일대에 산재해있는 『돈줄』로부터 엄청난 이자의 사채를 빌어쓴다. 이러한 자금의 악순환은 종국에 이르러 1천만원정도의 밑천으로 영화제작을 시작한 제작자들을 그 3∼4배나되는 빚더미위에 앉히기도 하는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메이커」의 신용도에 따라서 『돈줄』이 받아내는 이자의액수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는것.
그러나 지방흥행사와 『돈줄』의 틈바구니에서 곡예를 해야하는 군소「메이커」를 망하게하는 또 한가지요인은 『외화』다.

<외화코터제 무력>
다수의 관객을 외화에 빼앗기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고 또 그래서 당국은 방화의 육성책으로 외화「코터」제를 실시하고있지만 막상 외화수입으로 덕을보는 측은 외화전문수입업자이지 방화「메이커」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도 외화권을 얻은 방화「메이커」가 자금이달려 헐값에 팔아 넘겼기때문이고보면 결국 제작자들이 그처럼 허무하게 넘어지곤하는 요인은 한가지로 집약될수밖에없다.
현재 부도수표로 허덕이는 「메이커」들은 일단 영화제작을「올·스톱」하고있는 상태. 게다가 뒤가 튼튼한 「메이저· 컴퍼니」까지도 눈치작전을 벌여「템포」를늦추고있어 영화계는 현재 동중정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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