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에 산다(447)초산「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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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얼마전 어떤 청년이 짝사랑하는 처녀의 얼굴에 초산을 뿌려 화제를 모은일이 있었다. 그 청년은 곧 경찰에 잡혀 사랑하는 그처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않기때문에 다른남자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얼굴을 망쳐 버리려고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고백했었다. 이같은 신문보도를읽고 나는 사랑을위해 범행한 그 청년의 좁은 마음가짐과 사랑을거절했기때문에 피해를 입은 처녀의 입장이 모두 안타깝기만해 혀를 찼던것이다.
그런데 지난 20일 밤엔 국회의원이며 신민당원내총무라는 정치적 지위를 지닌 김영삼씨가 3명의 괴한에 의해 초산습격을 받았다는「뉴스」가 보도되었다. 무척 충격적인「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많은사람들은 이보도에 접하고 과거에 일어났다가 아직도 석연치앉게 미해결로 남아있는 언론인 「테러]사건, 박한상의원 백주「테러」사건, 괴벽보, 「비라」사건등을 기억해내지않을수 없었다. 또 이따위 폭력이·정치인에게까지…하고 모두들 눈살을 찌푸리는것을 나는 볼수 있었다.
뿐만아니다. 김영삼의원에대한 초산습격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추리하고 있는 현실, 또한 외면할수 없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여러갈래로 온갖 억측이 나오고있으며 김영삼의원 개인에관한 측면에서도 많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여야가 대립하는 팽팽한 긴장의 줄이 풀리지 않고있다. 이같은 폭력이 왜 아직도 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민주주의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이 느끼는 공통점으로 생각된다.수사당국이 사상 유례없는 백만원이란 현상금을 내건 것도 국민의 이같은 의혹을 풀기위한 노력으로 해석하고싶다. 27일의 보도를 보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수사반에 검거되어 신문중이라 한다. 한시라도 빨리 범인들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폭력만능의 밑뿌리를 뽑아버리는것이 국민의 기대이며 바람일 것이다. 폭력은 정치성을 띤것이든 개인원한이든 또 어떤 목적을 지녔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진리를 차제에 수사당국이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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