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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①여름을 즐겁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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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리즈 차례>
①사교②취매③화장· 의상④바캉스
⑧음식
⑥집안꾸미기
여름은 젊음의 계절, 활동의 계절, 건강과 활력에 넘치는 계절이라는 말이있다. 찌는듯한 더위와 눈부신 태양아래 개방적인여름생활로 접어들면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이 대담하고 흐트러지기 쉬운것이다. 온가족이 또는 이웃과함께 지리한더위를 이기고 상쾌한 여름을 즐기면서 생활의 멋과 여성의 멋을 살리는 방법은 없는가.여름살이의 지혜를 알아본다.
풀밭위로 내려앉은 여름저녁처럼 감미롭고 권모적인게 또 있을까.정다운 이들을 뜰에 불러웃고 마시고 대화하기에이보다 더좋은 계절은 없다.
폭양이 불을 뿜는 낮시간의 초대는 가기도 힘들고 가서즐기기도힘들다 푹푹찌던 앞마당에 선들바람이 불 때, 하얀식탁보와 「냅킨」 으로 식탁을 장식해놓고 더위에서 풀려난 방문객들을 기다려 보자.
아버지들 끼리는 아침「버스」 정류소에서 마주치며 목례하는 사이고, 아이들끼린 골목 친구들이고 주부들끼린 동네를왔다갔다 하는 이웃이면서도 양쪽 식구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는것이 우리들 사교의 방식이라고 할수있다.
초대한 가정의 아이들하나하나를 위해 자리를마련하고 식탁에 둘러앉으면 두가정의 다정한 사교가 꽃피게 된다. 특히아이들에게 이런 자리는 큰 기쁨을 줄수있으며 예절바르게 음식을먹고 동년배와 웃어른을 사귀는예비숙녀 예비신사의 실속기회가 되기도한다.
넓은 정원과 잔디밭이없더라도 앞마당 어디쯤 식탁을 놓을 「스페이스」가 없나 물색해보고 식탁이 없으면 아이들 책상이라도 들어내놓을수있다. 그대신 식탁보와 「냅킨」은 깨끗하고 화사한것으로.어린 딸아이에겐 식탁위의 꽂꽂이를맡기고 아들아이에겐 의자나 접시나르는 일을 시켜 온식구가 손님맞이 준비에 즐거운 협동을한다.
음식은 비빔밥 곰탕 냉면등의 일품요리로 손님접대하는 전통을 만들면 한결 편하고 식구들이 늘먹던 저녁식탁에 색다른 찌개하나쯤 곁들인소박한것도 좋다.
대화는 모두가 흥미를갖고 모두가 알아들을수있는 것으로.대화에 참여하는 아이들이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의의로 재미있는 자리가 되기도한다. 가족단위가 아니고 동창·직장·친지등 개인단위로 손님을 초대할때는 그구성에 특별히 머리를써야한다.너무 이질적이아닌 범위안에서 서로알만한사람을 섞어 신기하고산뜻한 화제가 샘솟도록한다.
서울시내 장위동에있는오원철씨 (성대교수) 댁에는 여름마다 장미자랑을겸해 자주 손님이 초대되는데 거기 한번 갔던사람들은 모두 그 소박하면서 유쾌했던 여름저녁을 애기하고있다.
오교수의 직장친구,주부 김영숙씨의 동창,국민학교 다니는 아이들 친구의 가족,막내딸 경예양의 「피아노」 재능이 「매스컴」 에 소개될때 알게된 음악교수와 신문사·방송국 사람들이 이댁의초대손님들인데 김여사는이여름마다의 연중행사가주부로서의 자기생활을 풍성하고 즐겁고 세련되게만들어 준다고 말하고있다.
장미기르기가 취미인 남편 오교수는손님들이 돌아갈때 가위를들고 「랑데부」 「피스」「패션」 등 장미 하나하나의 이름을 높이부르며 한송이씩 잘라선물하는 것으로 「피날래」를 장식하곤하는데 별빛아래서의 여름밤 모임에 조금씩 들뜬 사람들은 마구 환성을 올리며 장미를 받아들고 이때마다 김여사의 여름 사고는 멋과 기쁨을 더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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