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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사고] 착륙 직전 7초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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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하다 충돌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 항공기 조사를 맡고 있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촬영해 7일(현지시간) 공개한 내부 사진이다. 좌석들이 90도로 꺾이는 등 모두 제각각으로 비틀어져 있고, 사고 당시 착용할 틈도 없었던 듯 산소호흡기는 천장에서 내려온 채 그대로 매달려 있다. [로이터=뉴스1]

1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아시아나항공 이강국(47) 조종사가 재이륙(go-around)을 결정한 건 충돌 1.5초 전. 한국항공대 장조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1.5초 전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1초만 더 일찍 재이륙을 시도했더라면 꼬리날개가 방파제에 부딪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그 경우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o-around는 touch-and-go와 달리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지 않고 파워를 높여 곧바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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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7일(현지시간) 아시아나항공 214편의 블랙박스 1차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발생 7초 전까지 이뤄진 조종사와 관제탑의 교신 내용이다. NTSB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 조종실은 충돌 7초 전 “속도를 높이겠다”고 관제탑에 통보했다. 활주로 접근 당시 속도가 적정치(시속 253㎞·137노트)보다 낮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사고 4초 전엔 충돌 경보장치(Stick Shaker)가 작동해 조종사들에게 충돌 경고를 알리는 내용이 녹음 기록에 나타났다. 이어 1.5초 전 조종간을 잡은 이 조종사가 재이륙을 결정했지만 기체가 머리를 드는 순간 꼬리 부분이 방파제와 활주로에 닿아 사고를 일으켰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현장에서 회수한 조종석 녹음기록을 분석한 결과 조종사가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기수를 재상승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착륙속도. 사고기는 일반적으로 착륙 4㎞ 전부터 유지해야 하는 속도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기종인 보잉777기를 6년째 몰았다는 대한항공 이장영 부기장은 “기준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착륙했다는 발표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다. 777기에는 오토 스로틀(auto throttle) 기능이 있다. 자동차 액셀러레이터 같은 기능이다. 777은 오토 스로틀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착륙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기준 속도보다 낮았으면 자동적으로 항공기가 속도를 회복하게 된다. 조종사가 인위적으로 속도를 낮췄는지 항공기 결함이 있었는지 블랙박스 분석을 더 해야 한다는 게 이 부기장의 분석이다.

 그는 또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 공항은 (착륙이) 쉬운 공항이 아니다. 항공교통량이 많고 복잡하다. 북서쪽에서부터 들어와 방향을 180도 돌아 내려온다. 그런데 보통 그 과정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속도제한을 받는다. 활주로의 먼 거리에서부터 직선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항공대 황사식 항공운항과 교수는 항공기 무게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37노트가 기준 속도이긴 하지만 +10노트, -5노트의 마진이 있다”며 “기준 속도보다 조금 낮은 속도로 착륙을 시도해도 추력을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원인이 조종사 실수인지 공항이나 비행기 결함인지는 블랙박스 추가 분석 발표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이지상 기자
세종=최준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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