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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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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의 생태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세계를 한 울타리로 활보하는 거대한 국제기업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 풍토에 토착하는 억센 생명력의 특이한 기업들도 많다. 정상적 기업이라고부르기엔 어색해서 이름 붙여 이색기업, 그 한국판 상대를 엮어본다.
일거리를 찾는 여자와 일손을 구하는 상대를 중개해주는 「일손은행」「가사원」 (원장김창순·54·서울종로구 견지동38) 이란 여성단체가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가정 주부들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해주기 위해 64년3월초하루 문을 연 이래 많은 가정에 봉사의 일손을 빌려주었고 또 다른 많은 주부에게일거리를 찾아주었다.
일반직업소개소와는 달리 철저한 회원제가 특징. 5월말 현재 3천3백34명의 회원이 등륵돼있다.
이들은 일거리를 찾는 회원 (A1천7백50명), 일손을 구하는 회원 (B1천5백84명)으로 나뉘고 모두 1년에 5백원씩의 회비를 내고있다.
솜씨 있는 일손으로 외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져 미국인등 외국인 의원도 30여명. 서로를「수고엄마」혹은 「수고언니」라 부른다.
「가사원」에서 취급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가정부, 요리사, 재봉사, 수예사, 예법사, 가정교사, 보호부, 예능사, 꽃꽂이, 미용사등 10가지가 넘지만 가장 많은 것이 가정부다.
가정부는 GMS히 말하는 식모와 달리 시간제로 파출부 (파출부)라고도 한다.
이들은 매일 지정된 시간에 일손을 구하는 B회원 집에 출근, 5∼6시간씩 보통의 식모 일을 하고 퇴근한다. 회원상호간의 교류이기 때문에 등록을 안한 사람이 일손을 구하거나 일거리를 구할 땐 거절한다.
외국에는 흔히 있는 제도지만 이 「피트타임·메이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그리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들은 월평균 3천원의 보수를 받고있어 보통 가정집식모보다는 비싼 편이나 식모 구하기가 요즘처럼 어려운 때이면 회원사이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파출부와 함께 인기 있는 「일손」이 파출요리사.
이들은 한식, 서양요리, 중국요리, 일본식 등으로 나뉘고 많은 손님을 초대한 가정 등에불려가 일하곤 평군 1천5백원의 일당을 받는다.
특히 결혼 제사등의 예법을 가르치는 예법사의 경우 대학강사에 준한 봉급을 받는다.
일손의 수요공급은 계절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큰 잔치가 잦은 봄가을엔 「요리일손」이 짬없이 바쁘고 김장철엔 가정부, 겨울엔 「재봉일손」의 주문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윤락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직전 김원장의 도움으로 이곳 회원이 된 K모양 (23)은 그 동안 다른 언니들을 따라다니며 일솜씨를 익혀 이제는 1급 「보호부」가 됐다.
남편을 잃고 두 어린이와 함께 길거리를 헤매던 이모여인 (36)도 요즘은 다른 회원집의혼수감을 챙기느라 어린 아기 돌볼 틈조차 없다고 활짝 웃었다.
가사원회원이 되어 일거리를 구하거나 일손을 찾으려면 보중인연서의 서역서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 되지만 가정주부의 경우 남편의 승낙이 절대 필요하다.
등록된 회원들은 특기에 따라 자기번호를 받고 원하는 일거리를 신청하면 된다.
비슷한 기관이 YWCA안에도 있으나 그곳에선 가정부만을 취급하고 있다. 『여성의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해서 사회단체나 국가적인 뒷밤침이 꼭 필요하다 는 게 「일손은행」총재격인 김정순여사의 당부이다.<주원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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