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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대부’ 이광종 매직, 최고 명승부 연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이광종 감독이 신들린 용병술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30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에는 실패했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8일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2013 U-20 월드컵 8강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한국은 이라크에 세 차례나 리드를 내줬지만 이광종 감독이 꺼내든 교체카드가 모두 적중하며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특히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경기 종료 10초 전, 교체투입된 정현철(20·동국대)의 중거리 슛이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이라크에 4-5로 패하며 4강 진출엔 실패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눈에 띄는 스타는 한 명도 없다. 부상 악재도 겹쳤다. 지난해 열렸던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에서 맹활약했던 미드필더 문창진(20·포항)이 허리디스크로 부상으로 빠졌다. 대회 직전에도 미드필더 김승준(19)이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고,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1, 2차전에서 2골을 기록했던 류승우(20·중앙대)마저 근육을 다쳤다. 그러나 13년 동안 유소년만 지도한 이광종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용병술로 주축의 공백을 모두 지웠다.

한국 수비진은 선제골을 내주며 120분 내내 끌려 다녔다. 전반 20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김현이 아드난을 밀쳐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라크의 파에즈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내줬다. 그러나 이광종 감독이 문창진을 대신해 10번을 달아준 권창훈(20·수원)이 심상민(20·중앙대)의 긴 던지기를 머리로 돌려놔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42분에 한국은 이라크 파르한에 골을 내주며 다시 끌려갔다. 이때 이광종 감독은 이광훈(20·포항)을 투입했다. 이광훈은 후반 5분 만에 권창훈의 프리킥을 머리로 돌려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연장 후반 14분 혼전 상황에서 또 다시 파르한에 골을 헌납했다. 경기 종료까지 2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광종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투입하지 않은 미드필더 정현철을 넣었다. 정현철은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상대 수비수 하나를 따돌리고 오른발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이 이라크 수비수 머리에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혔다.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유소년의 대부 이광종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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