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25 참전 중국군 2명, 파주 묘지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군 2명이 한국 민간기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다. 민간기관 초청이기는 하나, 6·25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 참전 군인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중문화협회는 7일 “6·25전쟁 참전 중국군 생존자 2명과 가족, 중국 언론 취재진 등 9명이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간 한국을 방문하도록 공식 초청했다”고 밝혔다. 참전 군인은 모두 80세가 넘었으며, 전쟁 당시 일반 사병이었다고 협회는 전했다. 이들은 6·25 때 전사한 중국군이 묻힌 경기도 파주 ‘북한군·중국군 묘지’와 오두산 통일전망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중문화협회는 올해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중국 참전 군인 방한을 추진했다. 협회 정남도(74) 부회장은 “과거를 넘어 화해와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열어간다는 의미에서 참전 군인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군 유해 360구를 돌려보내겠다고 제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올해가 정전 60주년이다. 우리 군이 관리하고 있는 중국군 유해 360구를 송환해 드리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제안한 바 있다. 류 부총리는 “감사 드린다. 당장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께 보고 드리겠다’고 답했다. <본지 7월 1일자 3면>

 한중문화협회는 지부가 있는 중국 청두(成都) 영사관을 통해 생존한 참전 군인 소재를 파악했다.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한 참전 군인 중 여행이 가능한 2명을 이번에 초청했다. 참전 군인을 비롯한 방한 중국 대표단의 체류비는 경기도가 부담한다. 경기도 이성근 DMZ정책과장은 “한·중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다질 수 있는 행사여서 협력을 하게 됐다”고 했다.

 참전 군인이 방문하는 ‘북한군·중국군 묘지’는 ‘적군 묘지’라고도 불린다. 맞서 싸운 적군의 유해를 안장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다. 파주 적성면 답곡리의 37번 국도변에 6099㎡(약 1850평) 규모로 조성됐다. 현재 중국군묘 362기와 북한군묘 718기가 있다. 각각 작은 봉분과 대리석으로 된 묘지석이 있다. 중국군 묘지석에는 이름 대신 ‘300’ 등의 번호가 적혀 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유해가 발굴된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여 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에 제의한 ‘360구 유해 송환’이 바로 여기 묻힌 중국군을 의미한다. 유해 발굴이 이어지면서 이곳에 묻히는 중국·북한군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한중문화협회는 청소년 교류 등 두 나라 우호증진 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다. 협회 측은 “2차 초청 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파주=전익진 기자

관련기사

▶ 50년대 소녀 운전자들, 지프차 앞에서 포즈 취하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