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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준비된 개헌공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12일 하오 경기원의 경제동향보고회의에서 『말단 행정기관일수록 그렇지만 장관들이 대게 보고하는 것도 전화로 1분이면 될 것을 휘발유를 없애며 자동차를 타구와 몇분씩 기다렸다가 인사를 한뒤 보고를 하니 얼마나 비능률적이냐』고 행정의 능률화를 역설 했다.
그는 또 서해대륙붕의 석유자원개발에 있어 정부가 외국회사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유포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면서 『개발능력이 없는 나라로서 각국의 예를 충분히 검토한 뒤 체결한 것인데 왜 욕심만 부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고.
개헌은 국민이나 정당·국회가 할 일이지 행정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 국회에서의 대정부질문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공화당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신민당은 이번 국회에서 개헌문제를 단단히 걸고 넘어갈 생각이다.
13일 대정부질문의 1번 타자로 나선 김영삼 총무는 정일권 총리를 쳐다보면서 『정 총리는 총리직을 박차고 나와 개헌반대를 위한 야전전열에 함께선 용의가 없느냐』고.
김 총무의 질문을 들으며 답배만 피우고 있던 정 총리는 답변에 나서 『개헌 여부를 막론하고 공화당의 당원으로 우리 당이 훌륭한 일을 많이 해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개헌반대를 위해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자신만만히 응수.
13일 상오 신범식 문공부장관은 권경국 국립영화제작소장을 장관실로 불러 『당신 직책이 근대화나 경제 건설을 비난하는 것인 줄 아냐』고 호되게 기합을 넣었는데, 까닭은 문화재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천연색문화영화 「우리의 얼」이 엉뚱하게도 허물어져 가는 고적만 찍고 고속도로와 공장을 함께 대조시킨 뒤 『이것이 우리의 얼에 대한 대접이냐』는 내용의 대사를 넣었기 때문.
제작소측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점을 지적해서 좀더 잘해보자고 한 노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50만원 들여서 만든 영화를 한번 들려보지도 못하게 됐다고 섭섭해했다.
공화당은 12일 당무회의에서 새삼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이 얘기는 요즘 행정부의 고급공무원이나 국영기업체 장들간에 외국제고급승용차 붐이 일고 있다고 해서 나온 것.
특히 길재호 사무총장은 『전에 국회상임위원장들이 고급승용차를 마련하려다 박 대통령의 권유로 크라운으로 낙착되었는데 장·차관이나 국영기업체 간부들은 모두 외산 승용를 타려드니 큰일』이라고 일침을 가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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