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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을 섹스 심벌로 묘사한 러시아 작가 기소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소로킨은 1991년 이후 외설 혐의로 기소된 첫 인물이 되었다.

자신의 소설 속 정사 장면에 전 소련 지도자를 등장시킨 러시아의 한 작가가 외설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소로킨이라는 작가는 블루 라드(돼지 기름을 정제한 것)라는 그의 1999년 작품 중 일부분 때문에 2년형에 처해질 위기를 맞고 있다. 상스러운 언어도 사용된 그의 소설 블루 라드는 전 독재자 요세프 스탈린과 스탈린의 후계자인 니키타 후루시초프의 복제 인간들이 정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CNN의 특파원 리안 칠코트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검열제도가 부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련의 흐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검찰의 미하일 아브듀코브 검사는 형사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개인의 취향도 사법 당국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로킨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소설 중 특정 부분을 외설적 부분으로 이해했다는 결론을 전문가들이 내렸다"고 덧붙였다.

소로킨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러시아에서 외설혐의로 기소된 첫 인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해온 청년 단체인 무빙 투게더는 지난 달 일부 문학 작품이 전통적인 러시아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소로킨의 몇몇 작품을 포함 6천7백권의 책들을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불태우기도 했다.

무빙 투게더의 지도자 바실리 야케멘코는 "파시스트들은 책을 불태웠다. 우리는 책을 불태운 것이 아니다. 또 우리는 책과 싸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포르노, 냉소적 사고 방식, 그리고 우리 문화에 굴욕감을 주는 것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시위대는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 밖에 특대형의 판지 화장실을 설치하고 이 곳에 소로킨과 칼 마르크스의 책들을 던졌다. 볼쇼이 극장은 러시아 고급 문화의 상징이자 소로킨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곳이다.

소로킨은 CNN 모스크바 지국과의 회견에서 "그와 같은 광경은 나에게 파시스트들의 시대와 중국의 문화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아마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시작일 수도 있다. 크렘린에는 문화를 온순한 애완동물처럼 바꾸기 위해 문화를 길들이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하일 슈브드코이 문화부 장관은 목요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에 출연, "형사 재판은 작가를 상대로 열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작가는 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거나 쓰길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쓸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슈브드코이 장관은 "무빙 투게더가 이야기를 너무 과장해서 부풀리고 있고 이를 단지 소로킨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로킨의 블루 라드라는 소설에서 조셉 스탈린은 섹스 심벌로 재탄생했다.


소로킨은 아방 가르드와 리시아 리얼리즘을 잘 조합한 작품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다.

소로킨은 격식에 찬 소련 문학의 확산을 비판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의 책이 암흑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 문학의 표현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소설에 등장하는 섹스 장면이 음란한 목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로킨은 "나는 포르노 작가가 아니다. 포르노 작가란 독자들에게 정욕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다. 이는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독자들의 정욕을 일으키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크렘린은 이번 논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반면 볼쇼이 극장은 소로킨과의 계약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소로킨에게 적잖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기소된 이후 그의 책 판매량은 세 배가 늘었다.

MOSCOW, Russia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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