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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D여고 배구선수 2명이 음독했다. 이들은 어쩌면 성대불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진단이 내리고 있다. 가성「소다」(양잿물) 에 의한 후두손상은 현대의 의학기술로도 어떻게 손을 쓸수가 없다고 한다. 꽃다운 소녀들이 영영 귀여운 목소리를 잃게될 생각을 하면 사리에앞서측은한 마음이 든다.
문제는 이들이 왜 음독을 했느냐에 있다. 최근 이들은 장신선수의「스카우트」전에 밀려나 늘 소외감을 달랠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들의 경우 한 사회교육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이「팀」은 국가대표「팀」도, 더구나 직업선수「팀」도 아니다. 일개학원의「스포츠·팀」으로 어느 의미로는「아마추어」보다도 더 순결한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그것은 교육의, 아니 행동수업의 연장인 것이다.
더구나 선수「스카우트」는 학원내의 자유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멀리 부산의 N여고선수들을 유혹(?)까지 해온 형편이었다. 지방여고의「팀」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래서 교내의 성실한「멤버」들을 밀어내면서까지 이루어진「스카우트」였다.『교육적인 의미』와는 실로 거리가 먼 일이었다.
64년「도오꾜·올림픽」대회에서 세계의 각광을 받은『동양의 마녀』「팀」은 두고두고 감동적인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일본의「니찌보·가이쓰」(일방패총)「팀」이 세계의 패권을 잡기까지의 고심참담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들은 동양여자가 갖는 전형적인「핸디캡」들을 모두 갖고 있었다. 체력이 약하고 키가 작았다.「다이마쓰」(대송)감독은 정말 피나는맹훈련을 강행했다. 키가 작은 소녀들은 뒤에서「리시브」를 맡기고 키가 큰 선수는 앞에서「페인트」를 시켰다. 사회의 비난이 나올정도의 훈련, 강행군이었다. 그들은「올림픽」에서 당당 세계의 거인들을 누르고 월계관을 썼다.
「다이마쓰」감독은 말한다. 『「스포츠」의 최대강적은「트레이닝」이다』고. 후일담으로 「휴메인」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마치 노동자의 손과 같이 거친손을 가진 그 소녀들을 일일이 훌륭한 청년들에게 소개하여「스위트·홈」을 이루어 준 것이다.
「스포츠」정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극치를 꽃피우는 노력, 바로 그것이다. D여고의 경우도, 꼬마선수들을 밀어내기전에 그들의 능력을 개발시켜주는 금도와 아량을 보여 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휩싸고 있는 사회의 한 축소판을 보는 것 같은 우울함을 달랠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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