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선] 꼬마 네티즌들 밸런타인 데이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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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못했던 사랑 고백을 하는 게 재밌잖아요."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요."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14일 '밸런타인 데이'.

동심은 이날을 어떻게들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 꿈나무'등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에는 요즘 꼬마 네티즌들의 토론이 진지하다. 토론 주제는 '밸런타인 데이는 과연 필요한가'.

일단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는 날" "초콜릿을 주고받는 게 재밌다"는 찬성 쪽이 더 많다. 그러면서 남녀 구별없이 친구나 가족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의미를 확대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초콜릿 대신 친구들과 엄마.아빠에게 카드를 써 보내겠다""선생님한테서 초콜릿을 받고 싶다". 친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주고받는 축제일로 인식이 바뀌어 가는 듯하다.

하지만 날카롭고 어른스러운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아까운 돈만 초콜릿 수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초콜릿을 못 받은 친구들이 소외감을 느낀다" "문구.팬시점이나 제조회사만 돈을 번다" 등.

ID가 '사과나무'인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들은 문제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언니.오빠들은 몇만원씩을 내면서도 꼭 초콜릿을 산다. 마음을 전하는데 정성스런 편지가 더 낫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아이들답게 간혹 욕설이 섞이고,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틀린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주머니 형편을 타령하는 글도 많다.

정체불명에 낯도 설었던 밸런타인 데이가 어느덧 어린이들에게까지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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