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자출동] 분당선 죽전기지창內에 설치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매일 되풀이되는 교통전쟁이 지긋지긋합니다. "

마구잡이 개발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구성.죽전 등 경기도 용인 서북부지역 주민 3만여명이 최근 건교부 등에 분당선 차량기지창 내에 간이역사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역사 유치 운동을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최석원(崔錫源.46.회사원.용인시 죽전동)씨 등 중앙일보 독자 세명과 함께 현장을 찾아보았다.

◇"임시역을 세워주오"=13일 오전 7시 죽전지구 동아쏠레시티 아파트 앞 국지도 23호선 도로. 서울로 출근하려는 차량들이 분당선 종착역인 오리역에서 이곳까지 2㎞ 정도나 꼬리를 물고 서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50m 정도 떨어진 분당선 죽전 차량기지창으로 빈 전동차가 들어서고 있다.

1994년 9월 개통된 분당선 전동차는 오리역에서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킨 뒤 죽전지구 앞 기지창까지 빈 차로 운행하고 있다. 현재 죽전기지창 주변에는 죽전.구성.수지.마북.구갈지구 등 아파트 주민 1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80%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승용차나 마을버스.택시를 타고 오리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지만 대부분은 교통전쟁을 치르면서 서울까지 승용차를 이용한다.

주민들은 출근시간에 아파트 단지에서 2~3㎞에 불과한 오리역까지 가는 데 30~40분을 허비하기 일쑤다. 분당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이 도로는 평상시에도 수도권에서 대표적인 정체 구간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게다가 택시.렌터카는 정체를 이유로 승차 거부를 일삼고 있으며 늦은 시간에는 시계(市界)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할증요금을 요구해 주민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崔씨는 "빈 전동차로 운행하는 죽전차량 기지창에 승.하차만 가능한 임시역사라도 설치해 주면 주민들이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원까지 연결되는 분당선 연장구간이 2006년에 완공된다지만 아직 실시설계도 하지 않아 실제 완공은 2008년이 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따라서 죽전.동백지구 등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교통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용인시도 설치 요구=용인.구성.수지.기흥지역 주민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분당선 죽전차량기지에 간이역을 설치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며 철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용인서북부의 교통난 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결성된 '용인서북부 생활환경 민관협의회(공동의장 이정문 용인시장.이우현 의회의장.신영국 아파트연합회장)'는 역사 설치가 단기적으로 유일한 교통난 해소 대책이라며 유치운동에 가세했다.

협의회는 지하철 3호선의 지축역과 7호선의 장암역이 차량기지 내에 들어선 사례를 제시하며 전문기관에 타당성 용역을 의뢰하자고 제의했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최근 철도청이 간이역 설치공사를 추진할 경우 3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근에서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는 토지공사와 아파트 건설업체 등도 역사 유치에 협조의사를 밝혔다.

◇철도청 입장=철도청은 정부가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주지 않는 한 주민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오리역에서 기지창을 지나 신갈(상갈)~수원까지 연결하는 분당선 연장공사가 완공되면 오리역과 기지창 사이에 자연스럽게 역사가 설치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전동차 점검과 수리라는 차량기지창의 본래 업무와 승객역무 업무를 동시에 취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철도청 관계자는 "분당선 연장 공사에 들어가면 차량기지 내 빈 땅을 자재창고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며 "더욱이 역사 설치를 위해 차량기지에 널려있는 배선을 옮기는 일도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독자 최석원씨외 2명,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