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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신세계 '지역 친화'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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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본점과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광주 신세계백화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주창한 지방 분권화와 맞물려 지역 친화 기업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광주 신세계백화점에는 영남권.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의와 언론사들의 취재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 신세계는 1995년 4월 신세계백화점 광주지점이 아닌 광주신세계백화점으로 출발했다. 서울 신세계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에 출점한 대형 백화점.할인점으로서는 매우 드문 경영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사뭇 크다.

광주 신세계가 개점 이후 광주시에 내거나 납부할 예정인 지방세 중 법인세 할(割) 주민세(國稅인 법인세액의 10%)만도 약 19억5천만원에 이른다.

광주시 유민걸(柳珉杰.57)세정과장은 "지점 형태였다면 종업원 수 등에 따라 일부만 광주시에 배분되고 나머지는 서울시 금고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이 지점보다 별도 법인 형태를 선호하고 기업들의 본사를 지역에 유치하려 한다.

외지에서 들어온 기업들이 항상 눈총받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도 상대적으로 적다. 지점 백화점들은 대개 매출금이 며칠 가량 지역 금융기관에 머물다 서울 본사로 올라간다.

그러나 광주 신세계의 매출액(2002년 2천9백97억원, 임대매장 매출.부가가치세 제외)은 역외 상품 구입 대금을 빼곤 거의 광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순수익도 주거래은행인 광주은행의 계좌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맴돌고 있다.

자연히 지역 내 재투자와 친(親)지역 경영에서 유리하다. 광주 신세계는 그간 지역 주민을 위한 장학.사회봉사.문화예술.체육 사업에 34억여원을 썼다.

별도 법인은 사실 기업으로서 부담이 적지 않다. 광주 신세계의 총무.인사.경리 부문 인력은 50여명이나 된다. 지점이었다면 절반이면 충분하다.

광주 신세계는 지난해 2월 광주.전남지역 기업 중 여덟번째로 증권거래소에 상장, 1백5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앙 기업이 지방에 진출하면서 현지에 법인을 따로 세우고 상장까지 한 사례는 국내 기업계에서 거의 없다.

박건현(朴建鉉.48)광주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다 보니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법인은 무한한 성장에너지가 될 수 있는 지역 친화에 매우 유리하며, 지방 분권화 시대에 걸맞는 지방 진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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