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 '진실' vs 안·박 '‘소신'… 야권 내부 미묘한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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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최경환 원내대표. 오른쪽 사진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김 대표 오른쪽으로 전병헌 원내대표. [김형수 기자], [뉴시스]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걸려 있는 대형 전광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안의 표결 결과가 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녹색,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빨간색이었다. 녹색은 찬성이고, 빨간색은 반대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공개를 놓고 야권이 미묘하게 나뉘었다. 친노 대 비노라는 기존의 구도와 달라졌다. 문 의원이 ‘정본’ 열람의 드라이브를 걸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 역시 공개하자고 나선 반면 안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개를 비판하며 ‘김한길+문재인’ 대 ‘안철수+박원순’의 구도가 됐다.

 문 의원은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열람을 요구했다. 김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와 사전 조율을 거쳤다. 문 의원은 ‘열람 요구’ 성명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김 대표를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행사장에서 만나 미리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반면 안 의원은 3일 트위터에서 “대화록 원본 공개 결정은 대내외적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나쁜 전례가 돼 외교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박 시장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은 기밀문서로 관리돼 왔고 또 남북 문제는 신뢰가 기반이 돼야 대화·통일로의 길이 열린다”며 “이를 자꾸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 남북 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현상은 각자가 처한 현재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순간 이를 무시하기 어렵고, 김 대표 역시 여야 공방전에서 지휘 책임자다. 반면 안 의원과 박 시장은 공방전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여야 간 역학 관계보다는 소신을 펼치기에 더 쉽지 않으냐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대화록 공개를 둘러싸고 ‘문재인+비노’ 대 ‘안철수+친노’라는 묘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비노인 김 대표가 문 의원과 함께 움직이는 반면 대화록 공개를 반대하는 데선 안 의원과 친노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편이다.

글=채병건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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