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시간을 돌려줘 … 그때 왜 금값 상승에 걸었을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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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의 디커플링, 미국 긴축에 대한 우려, 중국 경기 부진…. 상반기 금융시장은 악재로 요동쳤다. 돈을 불리기는커녕 원금 지키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6개월 금융시장 흐름과 투자의 명암을 40대 샐러리맨의 가상 반성문을 통해 정리해본다.

 제 이름은 나부자. 진짜 부자가 되고 싶은 40대 초반 샐러리맨이에요. 전 요즘 타임머신 타고 시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마티 맥플라이(Marty McFly)처럼 말이죠.

 왜 공상 과학 영화(백투더퓨처) 얘기를 하느냐고요. 올 상반기 제 재테크 성적표가 별로였기 때문이에요. 전세를 반(半)전세로 돌리면서 남은 1억원을 가지고 연초부터 의욕적으로 투자에 나섰어요. 하지만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네요. 그래서 반성문을 한번 써보기로 했어요. 올 하반기 ‘대박’을 위해 실패 사례를 정리해보기로 한 거죠. 미래는 과거의 연장에 불과하니까요.

전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요. 펀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사고파는 게 가능하죠. 저처럼 시장 흐름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시장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죠. 수수료도 저렴하고 투자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좋아요. 미국 ETF도 증권사 HTS를 통해 국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죠.

TIGER금은선물, 28% 손해

지난 6개월 돌아보니 가장 마음 아픈 건 금 투자네요. 포트폴리오를 짤 때 인플레에 대비해 원자재를 편입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한 게 패착이었어요. 제가 산 TIGER금은선물 ETF는 지금까지 28% 손해가 났어요. 그래도 KODEX은선물(-38%)을 안 한 게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있지요. ‘달러 강세, 금리 상승, 물가 안정, 중국과 인도의 경기 부진’ 등 귀금속 가격엔 온통 악재뿐이에요. 지금 금값은 2011년 고점보다 35% 떨어졌어요.

그럼 금은 쳐다도 안 보는 게 맞았을까요. 아니에요. 그게 더 아쉽죠. 연초 귀금속 시장이 안 좋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어요. 그런 리포트들에 주목했다면 대박도 가능했지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이 나는 미국 ETF 상품이 많거든요. 한국투자증권 자료를 보니 NYSE(뉴욕상업거래소) 금광업지수 하락을 추종하는 3배 레버리지 ETF(DUST)의 6개월 수익률은 무려 287%예요. 제 돈 1000만원이 불행하게 TIGER금은선물로 들어가 720만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수수료 제외), ‘DUST’·‘DSLV’·‘DGOLD’ 같은 미국 ETF에 투자했다면 잔고가 3000만원이 넘었을 거예요. 제가 왜 타임머신 생각이 안 나겠어요.

일본·미디어통신 ETF 수익률 높아

미국 시장이 좋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됐지요. 양적완화라며 저렇게 돈을 찍어대는데 미국 주가가 안 오를 수가 있겠어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나스닥이나 S&P500추종 ETF도 일부 샀는데 20% 가까이 수익이 났어요. 아쉬운 건 일본이에요. 설마설마했는데 계속 오르면서 기회를 못 잡았네요. 올 상반기 국내 ETF 수익률을 보니 KODEX 재팬(24%)이 1위예요. 배가 살살 아프네요.

 국내 시장이 좋을 거라 믿고 들어간 건 오판이었어요.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8.26%나 뒷걸음쳤죠. 이 때문에 연초에 산 코스피200 추종 레버리지 ETF는 20% 가까이 손해를 봤어요. 샐러리맨들에게 레버리지ETF는 한 줄기 희망인데 안타까워요. 물론 인버스 ETF는 10% 정도 짭짤한 수익이 났지요.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앞을 내다볼 수 있었겠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어요.

하락장 와중에도 업종별 ETF 중에 큰 수익이 난 것도 보이네요. 미디어통신주를 담은 TIGER미디어통신ETF(18.86%)나 중소형주를 편입한 KStar코스닥엘리트(12.76%)죠. 하지만 경기민감주인 철강·건설·화학·운송주 등은 최악이에요. 앞으로도 중국 경기가 계속 안 좋다면 지금이라도 파는 게 상책일 듯싶지만 앞일을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어요.

철강·건설·화학·운송주 성적 최악

반성문이지만 염치 불고하고 제 자랑 좀 해볼까요. 사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올 상반기 금융시장을 좌우할 중요 변수라는 건 예상됐어요. 그래서 생각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값 약세였어요. 미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내 국채를 사들이다가 멈추면(또는 멈출 거란 우려가 확산되면) 채권값은 하락(금리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건 자명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지난 4월에 한 증권사에서 미국 국채 인버스ETF(금리가 올라가면 수익이 나는 상품) 관련 신탁 상품에 가입했어요. 불과 한 달여 만에 목표수익률(7.9%)을 달성해 자동 환매됐다는 전화가 오더군요. 소심하게 1000만원만 맡긴 게 천추의 한이에요. 또 타임머신 생각이 나네요. 미국 국채 인버스 ETF는 6개월 수익률이 20%를 넘고 있어요.

미국 달러화 강세도 맞혔어요. 국내에 상장된 KOSEF달러선물 ETF(6.78%)도 성적이 좋아요. 근데 이 상품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딱 원할 때 못 팔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도대체 결론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얼마가 나왔느냐고요? 만족스럽진 않아요. 그냥 MMF(6개월 수익률 1.2%)에 넣어 뒀던 것보단 좋았다고 자족하는 정도예요. 그래서 하반기엔 다시 포트폴리오를 짜보려고 해요. 그동안 얻은 교훈은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잘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들 우르르 몰린다고 무작정 들어가선 안 된다는 거죠. 연초에 중국 뜬다는 말만 믿고 레버리지 펀드에 들어 손해를 본 친구를 보면서 든 생각이에요.

 주가는 어떻게 보느냐고요? 당분간 신흥국보단 선진국 시장이 좋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따르려고 해요. 일본 투자도 고민 중인데 아직 결론은 못 냈어요. 다음 달 일본 총선 결과를 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잡아보려 해요. 미국 부동산시장 전망이 밝다는 얘기가 많네요. 국내 증시도 고민이에요.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온통 장밋빛 전망 일색이에요. 저평가된 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오를 거라는 확신도 안 들죠. 그래서 PB들 충고대로 단기적으로 대응해 보려고요. 외국인들 동향을 보면서 코스피지수에 따라 코스피 200 ETF와 인버스 ETF를 적절히 샀다 팔았다 하는 거죠.

좀 화끈한 게 없는지 궁금하다고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분을 먼저 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요 며칠 은 관련 투자를 생각하고 있어요. 마침 오늘 증권사 리포트가 나왔더군요. 은 시장이 거의 자포자기지만 지금 가격(온스당 18달러)은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고 보니 하반기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네요.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6개월 뒤 다시 뵙죠. 그때는 좋은 성적표를 까볼게요.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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