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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으로 쾌속질주, 청산도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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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4월 청산도 슬로 걷기 축제 때 관광객들이 노란 유채꽃밭 옆 길을 걷고 있다. 청산도는 연간 33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사진 완도군]

청산도는 전남 완도항에서 남쪽으로 19㎞ 떨어진 면적 33.3㎢의 섬. 배를 45분 타고 간다. 1970년대 1만3000명이나 되던 인구가 2500명가량으로 줄고, 65세 이상 인구가 40%에 이른다.

 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외딴 섬이라서 제 빛을 보지 못했다. 섬에서 촬영한 영화 ‘서편제’가 93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군수가 2002년부터 민선 3~5기 군정을 이끌면서 섬은 주목받고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6년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을 유치해 아름다운 경치가 전국 안방에 소개됐다. 2007년에는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지구로 뽑혀 섬 전체를 예쁘게 단장했고, 슬로시티로 지정을 받았다. 해마다 4월이면 슬로 걷기 축제를 열고 있으며, 이때는 “섬이 가라앉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린다. 2007년 연간 7만 명이던 관광객이 2012년 33만 명으로 증가했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면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힐링의 섬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청산도에 건립된 김종식 완도군수의 흉상을 섬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청산면]

 관광객 급증에 따라 주민들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음식점은 32곳이나 성업 중이다. 펜션 20곳이 생겼고, 100가구가량이 민박 손님을 받아 농어업 외 소득을 올리고 있다.또 농어촌버스·마을버스 한 대씩 외에 투어 버스 한 대와 관광버스 두 개가 운행되고 있다. 안봉일 청산면장은 “전복 양식 등으로 돈벌이가 괜찮았던 곳인데 관광 서비스업 일거리가 늘면서 주민 소득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청산도의 당리 서편제공원에서 3일 오전 11시30분 김종식 완도군수 흉상 제막식이 열린다. 이승렬(62) 청산면 번영회장은 “김 군수가 세 차례 연임하면서 완도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특히 청산도를 관광 명소로 만든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흉상에 담았다”고 말했다. 흉상은 김왕현 동신대 교수가 청동을 사용해 높이 70㎝로 제작, 화강암 좌대 위에 얹었다. 표지석에는 김 군수의 약력·공적과 청산면 가구주 1000여 명의 이름을 새겼다.

 사업비 7100만원은 청산도와 부근 여서도·대모도·소모도 주민 등이 돈을 모았다. 흉상 건립은 주민들이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올해 초 완성하려다 김 군수가 고사하는 바람에 늦어졌다. 김 군수는 “꼭 세우겠다면 내년 6월 말 임기가 끝난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민들이 밀어붙여 3일 제막식을 한다.

 김 군수는 “청산도의 콘텐트를 더 다양하게 발굴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정성에 보답하겠다”며 “요즘은 구들장 논을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의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도 구들장 논은 지난 1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받았다.

이해석 기자

◆청산도 구들장 논=‘청산도 큰애기(처녀)는 쌀 서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 을 만큼 청산도는 쌀이 귀했다. 지형은 경사가 심한 데다 토양은 돌이 많이 섞여 물 빠짐이 심해 벼농사에 불리한 환경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산비탈에 돌을 쌓고 위에 진흙을 깔아 물이 새지 않게 한 다음 20~30㎝ 정도로 흙을 얹고 벼를 재배했다. 돌을 쌓는 모양이 온돌의 구들장과 닮았다고 하여 구들장 논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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