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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정신의 실천적 계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4백24회 탄신일을 맞은 28일, 충남 아산군 염치면 구암리에 있는 현충사에서는 공의 탄신기념제전과 아울러 성역화한 새 현충사의 중건 준공식이 열려 국가적인 경축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노량대첩 (1598년11월18일) 이라는 세계해전사상 유례없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면서도 난신적자들의 끊임없는 중상에 몰려 생존시에는 물론,전사한 뒤의 시신에 까지도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지 않을수 없던 것이, 우리 민족구원의 성웅 이충무공의 일생이었음은 다 아는바와 같다.
그러나 해와 달에도 비길만한 공의 충의정신이 찬연한 빛을 다시 떨치게 된 것은 그의 죽옴으로부터 1세기가 지난 1706년, 당시의 숙종이 공의 생가요 사당이 있는 유서깊은 현위치에 칙명으로 사당을 짓게하고 현충사의 사액을 내린 뒤부터의 일이다. 그로부터 2백60년, 그동안 이 현충사에는 몇몇 뜻있는 국민들이 올리는 향화가 끊인 날이 없었던 것이지만, 공의 위대한 멸사봉공의 참다운 정신이 한국국민의 마음 가운데 산 역사적 교훈으로 계승되지 못했옴은 비단 근세 이후의 한국역사가 걸어온 비운의 소치만은 아니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근 5억원여의 거액을 들여, 현충사의 본전 및 부대시설이 대대적으로 중건·보수, 또는 신설되고, 법령으로써 성성화를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 하더라도 공이 남긴 위대한 애국애족의 정신이 오늘에 사는 우리세대와 장차할 우리 자손들에 의하여 실천적으로 계승될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온 한낱 형태만의 전각을 세움으로써 도리어 공의유지를 더렵히는 일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일생을 공의 사상과 행적에 대한 연구에 바쳐온 국내 모학자는 충무공정신의 진수에 관하여, 그것을 ①제힘으로 살기를 고조하는 주체적 정신 ②나라와 정의를 위해서는 자신을기꺼이 바칠수 있는 희생정신 ③국민과 더불어 고락을 같이 할줄아는 지도자 정신 ④국토를 무엇보다도 사랑할줄 아는 정신 ⑤어렵고 새로운 일에 대처하여 그것을 능동적으로 뚫고 나갈줄 아는 진취정신 등으로 요약하고, 충무공이야말로 이와같은 정신들을 기거와행간에 몸소 실천으로써 구현시킨 세계적 위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위대한 인물들이 남긴 역사적 교훈이라는 것은 그 행적을 통해서 나타난 이와같은 지도적 정신이 역사외 전개를 통해서 그 나라 그 사회의 진운에 끊임없는 건설적 역할을 할Ep에만 비로소 가치있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근대화과정에 있어서조차 전통의 문제가 크게 「클르스업」되는 것더 이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변을 살펴볼 때, 이충무공이 남긴 전기한 바와같은 애국정신의 진수를 우리는 다시한번 우러러 보지 않을수 업다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밑바닥에까지스며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정·부패, 편협한 파벌심리, 맹목적이며 절제를 모르는 이기주의적 권력행사등이 만성화한 사회현상을 앞에두고 우리는 국가누란의 위기와 그자신에 대한 사회적 냉대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밝은 정의의 빛과 굳건한 자립·자주의 정신으로 역사를 빚나게한 부세출의 민족적 성웅을 다시 한번 추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신의 실천적계승을 다짐하는 계기가 우리의 역사교육에 있어서 뿐만아니라 현실적인 정책면에서도 과감하게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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