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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장충체서 합동 회갑잔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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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는 오는 28일 서울에서 가장 나이많은 1백7세의 강명월(영등포구 봉천동94)할머니에게 장수시민상을 주고 나이많은 노인들을 위해 장충체육관서 합동 회갑잔치를 벌인다.
최고령자로 뽑혀 상을 받을된 강할머니는 25일 이소식을 전해듣고 『앞으로도 잘먹고 편안하게 더 오래오래 살고 싶은데…벌써 상을 주느냐』 고 말했다.
강노파는 『상금을 타면 그 돈으로 고기를 실컷 먹어보겠다』 고 말했다. 자신의 나이도 정확히 모르는 (나이는 동적부에서 확인) 강노파의 본명은 순이. 손자 박춘식씨 (26) 부부와함께 봉천동 산비탈 4평 남짓한 판잣집에 살고있다.
앞니4개가 빠졌을 뿐 하얀 치아로 말린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는다. 요즘엔 빠진 잇몸이 아프단다. 손자 박씨는 새로 할머니의 치아가 생기는 모양이라고 피식 웃어댄다. 백발이어야할머리는 오히려 검은 머리가 많다.
2년전부터 흰머리가 빠지고 검은 머리가 다시 솟아 났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엔 속옷도 입지 않은채 눈길위를 마구 쏘다녔다는 강할머니는 이날도 연탄불이 꺼진 차가운 방바닥에 내의도 입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있다. 담배는 하루에 한갑. 술은 막걸리를 싫어하고 소주를 즐긴단다.
소주도 4홉들이 한병은 거뜬히 마신다고 했다. 『밥도 나보다 더 많이 잡수신다』 고 말한 손자 박씨는 『가난때문에 잘해드리지 못하는게 한』 이라고 한숨 짓는다. 반찬도 마른 것, 고기고 구운것을 즐기고 밥도 질면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건강한 할머니의 건강 유지비결에 대해 박씨는『식사를 잘하시고 정결하시고 잘나다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안을 하루에도 몇 번씩 쓸고 면지를 털며 지팡이도 없이 산위를 거닌다고 한다. 음식솜씨가 유별나게 좋아 이웃집 경사때면 언제나 일을 거든다.
고향은 경북 상주. 지난66년 상경했다. 70세때 남편 박하일씨와 사별하고 해방후 독자었던아들과 며느리마저 잃었다. 이대 75세였던 강노인은 2살되는 손자 박씨와 함께 노동을 하여 국민학교까지 졸업시켰다. 그후 손자 박씨는 이발기술을 배워 할머니와 함께 생활해 오다가2년전 결혼, 손자며느리를 얻게되어 강할머니는 부엌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도밤이면 한말과 왜정때의 이야길 곧잘 한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사랑방에 가서 할머니들과 잘 어울려 「할머니의 할머니라는 별명을 들어왔으나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 최근엔 멀리하는 기미를 보이자 눈치가 빠른 강할머니는 집안에만 들어박혀 있다고 한다.『상주에서는 나이많다고 귀한 음식을 많이주는데 서울 인심은 흉악하다』 고 투덜거리는 강할머니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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