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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1인당 생산성 높여 리딩 뱅크 위상 회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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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호 23면

임영록 회장 내정자(왼쪽)가 18일 노조를 방문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후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풀었다. [사진 KB금융그룹]

요즘 금융권은 새로운 사령탑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재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일정이 발표됐고, 정책금융기관 개편 논의도 한창이다. 금융권의 환경은 좋지 않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성장은 둔화되고, 예대마진 축소와 늘어나는 부실채권으로 수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빅뱅 점화, 새 사령탑의 과제

이른바 ‘4대 천왕’이 물러난 자리에 앉은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홍기택 KDB금융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쟁력 강화라는 큰 목표는 같지만 그들 앞에 놓인 과제는 4인4색이다.

다음 달 12일 공식 취임 예정인 KB금융의 임영록 회장 내정자 앞에는 ‘리딩뱅크(선도은행) 위상 회복’이란 숙제가 놓여 있다. 조직원의 구조조정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여부도 고민이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위해 임 내정자는 소매금융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힘쓸 계획이다. 3월 말 현재 KB금융그룹의 총자산은 368조원으로 우리금융(418조원)에 뒤진다. 하나금융·신한지주와도 큰 차이가 없다. 1분기 순이익은 4115억원으로 신한지주(4813억원)보다 적다. 은행 중심에서 벗어나 비은행 계열사를 키워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소매금융을 강화하되 투자 대비 효과 논란이 있는 대학생 전용점포 ‘락스타’와 강소기업 육성 프로젝트 ‘히든스타 500’ 같은 사업은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는 ‘KB금융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은행 인수는 시너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고, 증권은 키워야 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 내정자는 지주사 임원, 계열사 대표 인사도 해야 한다. 차기 은행장과 관련해 그는 “실력 있는 분, 튼튼한 은행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분”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후보로는 김옥찬 부행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KB금융지주 윤종규 부사장, 강용희 부행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은행 중심 벗어나 수익성 다변화해야
임 내정자는 첫 고비인 노조의 출근 저지라는 시험대를 비교적 잘 통과했다는 평을 듣는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5일 그가 회장으로 내정된 것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는 지난 18일 노조를 전격 방문해 박병권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간부와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임 내정자는 “노조 측이 우려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도 “임 내정자가 소통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화답했다. 임 내정자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국장, 차관보, 재정경제부 2차관 등을 역임했다. 금융정책국장 시절에는 ‘가장 닮고 싶은 상사’에 꼽히기도 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을 거쳐 2010년 8월부터 KB금융 사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2011년 자사주 대량 매각(3497만 주) 성공 등을 높이 평가받아 올 초부터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혀왔다.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성공적인 민영화다. 내년 말까지 1년 반으로 제한된 임기 내에 그간 세 번이나 실패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끝내야 한다. 정부는 26일 민영화 일정을 밝혔다. ▶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계열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 등 증권 계열 ▶우리은행·우리카드 등 은행 계열로 쪼개 판다. 분리매각으로 예전보다 팔릴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지방은행 계열은 다음 달 15일 매각 공고를 낸다. 특히 경남은행 인수전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지역 상공인 컨소시엄과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의 3파전 양상을 보인다. 경남지역 상공인 컨소시엄은 “지역에 우선협상권을 줘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 대폭 교체
우리금융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선 조직을 혁신하고 경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 회장은 “정적이고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가 오랜 시간 토착화하면서 그룹의 경쟁력은 땅에 떨어졌고 영업·투자에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여전하다”며 조직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했다.

조직 혁신 차원에서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과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는 대거 교체된다. 김 사장 후임으로는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김병효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과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시장 등도 바뀔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당초 26~27일께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대표를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다음 달 초로 일정이 미뤄졌다. 우리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회장과 운명을 함께할 인물을 자회사 대표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양적 확대보다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과의 주식교환을 기반으로 관계사 연계 영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5대 핵심 시장 (미·일·중·베트남·인도)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신성장 기회 발굴’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그동안 추진돼 온 민영화를 사실상 접고 반대의 길로 가야 한다. 전 정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흡수하는 문제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7월 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정책금융기관 재편TF 결과 발표를 8월 말로 미룬 상태다. 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1그룹 9부문 5본부 1센터 46부(실)로 돼 있는 조직을 10부문 5본부 47부(실)로 바꾸는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정책금융기능 강화와 소매금융 축소다.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이 ‘그룹’으로 격상시켰던 소매금융그룹을 ‘개인금융부문’으로 돌려놨다. 홍 회장은 “정책금융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KDB금융그룹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금융사 앞에 놓인 과제는 우리 금융산업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광주·경남은행 매각에 앞서 지방은행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잡는 게 필요하고, 정책금융기관 재편 역시 이를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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