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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이 이끄는 「반 오페라」|프랑스 비평가·벨기에 작곡가 합작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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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의 비평가 「미셸·뷔트르」와 「벨기에」 태생의 작곡가 「앙리·푸즐」이 합작한 새로운 양식의 「오페라」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콜로」 극장에서 초연 돼 서구 악단에 선풍적인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앙티·로망」의 기수인 「뷔트로」가 「푸슬」의 협력을 얻어 만든 「오페라」 대본은 『그대의 「파우스트」 (Votre Faust)』-상연 도중에 청중의 투표로 극의 방향을 결정하고 극적 효과를 노린 점에서 반「오페라」적인 작품이다.
세계에서 처음 보여준 이 독창적인 오페라는 막이 오르기에 앞서 극장 감독이 나타나 작곡가 「앙리·푸즐」을 소개한다. 「푸즐」은 현대에 있어 작곡의 어려움을 말하지만 실은 작곡보다 강연 여행의 분주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러면 극장 감독은 그에게 「파우스트」의 오페라 작곡을 위촉한다. 여기서부터 이 오페라는 시작되는 것이다.
가수는 4명만이 아니다. 악기 연주자 12명 전원과 지휘자 「푸즐」까지 무대에 올라서고 등장 인물이 의상을 바꿔 입는 일마저 무대 위에서 행한다. 즉 「오페라」 창조의 『무대 뒤』가 그대로 오페라의 일부로 돼 보이는 것이다.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음악·문학·미술에 걸친 인용과 패러디 (풍랄 시문)로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음악에서는 「몬테베르디」의 『올페오』.「그루크」의 「올페오」, 「비제」의 『칼멘』, 「베르디」의 「바람 속의 날개처럼』 , 「모짜르트」의 「돈·조반니』 및 「베를리오즈」 「리스트」 「바그너」「슈토하우젠」 「베베른」 등 「푸즐」 이전의 온갖 작품에서 따 모아 놓았다.
문학 작품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말로」의 「퍼스터스 박사』, 「페트랄카」의 「소네트』 및 「곤골라」 「말라르메」 「클로멜」 「아폴리네르」 등의 작품에서 광범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페트랄카」의 「이탈리아」어, 「곤골라」의 「스페인」어, 영어, 독어, 불어, 「라틴」어 등이 뒤범벅이 돼 있는데 그것을 청중이 알든 모르든 언어적 색채의 효과가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무대 배경으로는 거리와 풍경에 한하지 않고 「드라크로아」의 「파우스트」 동판화 혹은 「다·빈치」 「르노와르」 「레제」 「피카소」 등의 작품이 영사된다.
제1막이 끝날 무렵, 무대 감독은 관객을 향하여 소리 지른다. 즉 제2막은 작곡가 「푸즐」이 꼭두각시놀음을 보러 시가로 나가게 되는데 애인 「마기」와 함께 가는게 좋은가, 또는 「마기」의 동생 「그레타」와 가는게 좋겠는가를 투표로써 결정해 달라고 호소한다. 투표는 2명의 배우가 「로비」와 낭하의 관객 속을 누비고 다니며 적·녹의 두가지 공을 상자에 넣게 함으로써 결정된다. 이같이 하여 청중은 무려 네번이나 극의 진행에 참여하게 된다.
서독 평론가 「슈투켄·슈미트」는 「이 작품에는 「아이러니」·구성·극작법상 및 음악상의 「테크닉」 등 두세가지 좋은점이 있으며 그들 음악가와 배우는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다만 극적 효과를 위하여 명확한 연출로 무대에 세워주기 바란다』고 호평.
이에 비해 「디·벨트」지는 「이날 밤의 주역, 즉 끝까지 참고 견딘 청중은 아주 지쳐버리고 말았다」고 혹평하여 그 반향도 전혀 상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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