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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일생의 사고」 결산|토인비 교수 80회 생일 맞아 「체험」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는 14일로써 80회 생일을 맞는 세계적 사가 「아놀드·토인비」 교수는 생일 기념으로 10일 『체험』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간·9「달러」50「센트」)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다. 그는 자기 일생의 생각을 결산하는 뜻을 가진 이 저서에서 자기는 아직도 불가지론자이지만 종교는 엄연한 현실에 직결되어 있으며 그 현실은 인간의 앞날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것으로 보게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 저서의 중요 부분을 여기 간추려 소개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종교 분야에서 두번 회오리바람이 이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이제 역사적 고차원의 종교가 타락의 오랜 과정을 지나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의 구렁텅이의 입구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성숙한 눈으로 관찰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
서구 세계에서의 이러한 과정은 내가 태어나기 2세기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다른 동시대의 사람들처럼 나도 이 오랜 종교가 사라지는 광경을 낙관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낡은 종교가 사라져간 공백에 새로운 종교가 대치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으냐는 안일한 생각에서 그랬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세계의 「라이벌」적 「이데올로기」의 가면을 쓴 원시적인 신앙이 그 공백 속에 뛰어 들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2차 대전 이후 사라져 가던 기독교가 다시 소생하는 기미를 보였을 때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가지 새로운 신앙이란 민족주의·개인주의·공산주의이다. 기독교 후신으로 나타난 이 세가지 사상이 각각 저지른 죄과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최악의 죄과를 능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평행해서 이상의 세 신앙은 지난 한 세대를 통해 최악의 충격을 주었다. 경쟁적 개인주의, 개미 사화를 방불케 하는 공산주의, 부족 집착적인 민족주의는 모두 비인간적이란 면에서 기술 문명과 유사하다.
이와 같은 비인간적 사회 섭리는 인간의 천성과는 이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에 반발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반발이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형식」이나 침묵으로 받아들여질 때 인간은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비인간적이며 안개와 같은 질서로부터 관심을 얻는 길은 폭력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바로 그러한 이유를 그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지난 3세기 동안 자신의 환경을 자의대로 조절하려는 오랜 꿈을 거의 완전한 단계로까지 성취시켰다.
인간은 자연 환경을 통제할 뿐 아니라 인공적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써 자연 환경을 무효화했다. 이 새로운 인공적 환경은 현대 기술 문명의 소산이며 이 기술 문명은 지난 3세기 동안 놀랄만한 발전을 한 것이다.
인간은 확실히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을 압도했다.
그러나 승리자는 기술이었지 인간은 아니었다.
자연은 이전에 인간을 채찍으로 때렸지만 이제 기술 문명은 독충을 가지고 인간을 꾸짖고 있는 것이다.
전후에 인간이 스스로 범하고 또 피해를 본 갖가지 악 중에서도 역사적 종교의 소생은 하나의 예기치 않은 길조를 가져다 줬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시점에서 인간의 오랜 종교가 소생의 깃발을 들고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 종교야말로 기술과 「이데올로기」가 약점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가장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교는 인간이 의식이라는 신적 힘을 가졌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험난한 삶의 여정에서 효과적인 지침을 제공해 줬던 것이다.
세계 문화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이난은 전 세계에 있는 본사 취재망과 본사가 입수하는 1백여종의 외국신문·잡지를 참고로 마련, 매주 1회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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