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톡톡 튀는 아이디어'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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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한나라당 최병렬 최고위원은 "보수세력이 정치적 상상력의 한계를 보였다"고 했다. 대중 동원.홍보 면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이 포진한 노무현 캠프에 졌다는 것.

운동권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노선투쟁을 통해 정치적 상상력을 단련시켜 왔다.

1981년 봄, 점심 시간에 서울대 인문대 건물에서 한 학생이 유인물을 뿌려댔다. 사복 경찰들이 현장을 덮치고 순식간에 학생 10명을 체포했지만 유인물을 보는 순간 경찰은 황당해했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였기 때문이다. "와"하고 학생들은 웃었고 경찰은 머쓱하게 물러났다.

92년에는 한총련이 전북대 학생회관에 '인공기'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대통령 각하, 이것도 보안법 위반입니까'라고 쓴 플래카드와 함께(사진).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의 홍보는 386 운동권 출신 이광재 기획팀장이 주도했다. 홍보업체에서 일하던 386세대 광고전문가들이 한달간 회사를 휴직하고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노무현의 눈물''기타 치는 대통령'이 이들의 작품이었다.

선전.선동.대중동원에 관한 한 운동권이 한수 위라는 것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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