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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맞는팀 "따로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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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이라는 표현은 프로농구에서 가끔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약 재키 존스가 있다면 KCC 이지스가 저렇게 부진하겠느냐"는 가정도 있지만 '보증수표'같던 조니 맥도웰의 종잡을 수 없는 플레이로 망가져버린 SK 빅스를 보면 '구관' 역시 무조건 믿기 어렵다.

올시즌에는 과거 한 시즌 이상 국내 코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가 12명이나 활약하고 있다. 구관을 믿고 시즌 전략을 짠 각 팀의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TG 엑써스는 벌떡 일어섰고, KCC는 만신창이가 됐다.

1998~99시즌 TG(당시 삼보)에서 활약했던 데릭 존슨은 당시 경기당 20.3득점.9.9리바운드를 올린 정통 포스트맨이다. 그가 떠난 후 TG는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올시즌 컴백한 존슨은 경기당 19.5득점.1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루키 김주성과 함께 지키는 TG의 골밑은 철옹성과 다름없다. 강해진 골밑 덕분에 외곽까지 좋아져 허재.김승기가 절정의 활약을 펼친다. 코리아텐더 푸르미의 에릭 이버츠.안드레 페리, LG 세이커스의 라이언 페리맨 등은 팀을 옮겨서도 꾸준히 제 몫을 하는 선수들이다.

반면 요나 에노사는 KCC 신선우 감독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다. 2001~2002시즌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SK 빅스에서 경기당 17.7득점.12.8리바운드를 올렸지만 올시즌 KCC로 옮겨서는 14.9득점.5.9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에노사가 원래 탄력이나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신감독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심약한 성격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다. 빅스의 유감독은 한 시즌 내내 에노사를 '달래서' 썼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보다 분위기라고 한다. '뛸 만한 곳'이라고 판단하면 태도도 좋아지고 경기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SK 나이츠의 존 와센버그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다. 골밑 돌파에 능한 와센버그는 2000~2001시즌 평균 22.6득점을 했지만 지역수비가 도입된 올시즌에는 평균 14득점에 머물고 있다. 여섯 시즌째 한국에서 뛰는 동안 밑천이 바닥난 빅스의 맥도웰도 무수한 실책(경기당 4.3개)으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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