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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락가락 논란 우리카드, 이젠 배구계에 빚 갚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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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식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이 27일 긴급이사회를 열었다. 신원호 KOVO 사무총장은 “우리카드의 드림식스 인수 과정을 남녀 12개 구단에 보고하고, 이순우 우리금융지주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카드 사태’가 끝난 건 아니다. 우리카드가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지가 미지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우리금융지주를 3개 그룹으로 나눠 매각(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순우 회장이 취임 엿새 만인 지난 20일 “자생력이 없는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해 파문이 시작됐다. 우리카드는 3월 7일 공개입찰에서 에이앤피파이낸셜(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을 제치고 드림식스 인수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에도 민영화 계획은 분명 있었다. 3개월여 만에 회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배구단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KOVO는 드림식스 인수 의사를 우리카드에 다시 물었고, 우리카드는 26일 오후 6시 인수 의사를 확정해 알려왔다. 우리카드가 사실상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가 거둬들인 속내에 대해 말들이 많다. 우리카드는 배구단 인수를 포기하면 위약금 60억원을 물어야 했다. 게다가 우리카드의 무책임한 결정에 따른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우리카드 경영진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입장을 바꿨다.

 이번 일로 우리카드는 배구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큰 빚을 졌다. 지난 시즌 네이밍스폰서로 드림식스를 지원했던 러시앤캐시 대신 우리금융지주(우리카드)가 인수 기업으로 선정된 건 그들의 안정성과 신뢰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찰에서 패한 러시앤캐시가 제7구단을 창단하는 동안, 우리카드는 드림식스를 공중분해하려 했다.

 우리카드를 인수하는 기업이 배구단 운영을 포기한다면 드림식스는 또 주인을 잃는다. 2011년 우리캐피탈을 인수했던 전북은행이 배구단 운영을 거부하면서 드림식스는 주인 없이 KOVO 관리 구단으로 두 시즌을 보냈다. 그런 팀을 인수했기에 우리카드의 책임은 더 크다.

 우리카드가 KOVO에 보낸 공문에는 ‘카드사업 환경 악화, 민영화 추진 등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여 우리카드 배구단에 대한 배구연맹의 다각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생길 ‘문제’들을 이해해 달라는 뉘앙스여서 걱정이 크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카드는 배구단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었다. 동시에 그들의 신뢰도 잃었다. 배구단 인수를 결정한 이상, 정성을 다해 투자하고 운영하는 것이 빚을 갚는 길이다. 위약금이나 여론이 무서워 배구단을 인수한 게 아니라는 진정성을 배구계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카드를 인수하는 기업도 배구단을 천덕꾸러기가 아닌 복덩이로 여길 것이다.

김식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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