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국제경쟁력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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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우리나라 건설 기술이 선진국의 70% 수준에 머문 가운데 건축비는 선진국에 비해 최고 53%까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토목학회와 대한건축학회가 공동 주최해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진국 건설산업의 미래 발전전략과 한국의 선택'이라는 세미나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건축비가 영국에 비해 23%, 미국에 비해서는 9% 비싸다고 밝혔다. 상업용 건물의 건축비도 영국에 비해 2.6%, 미국보다 53% 비싸다.

李연구위원은 "경쟁국보다 비싼 공사비와 긴 공기(工期)때문에 국내 건설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1999년 기준 세계 9위, 2010년께에는 세계 8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제 양보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을 국가 건설산업 정책의 핵심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업이 경쟁력을 잃게 된 1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미파슨스 김종훈 대표는 "3백여개가 넘는 관련 법령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내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낮추는 직.간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金대표는 "법이 이익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결과 상당수 법은 지켜지지도 않는다"면서 "이로 인해 한때 1백50억달러에 이르렀던 해외건설 수주액이 1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대한토목학회 김건호 건설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건설시장의 관행과 절차를 국제 표준규격에 맞도록 서둘러 바꿔야 경쟁력이 살아난다"며 "공사 발주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입.낙찰 계약 절차와 방법 개선, 기술.기능 인력 육성 등 다각적인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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