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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아시아 증시 동조화 벗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증시는 의기양양한 모습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상공회의소는 말한다.
전문가들은 2002년 들어 아시아 증시가 미국 시장과 결별했다고 말한다.

증권 전문용어로 주식시장간 동조화 단절(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부르는 이같은 현상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래가 없었던 7월4일 아시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날 대만, 한국, 싱가폴 증시가 모두 2% 가량 상승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체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지수들이 이번주 내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증시는 엔론과 월드컴, 마사 스튜어트 등 굵직굵직한 스캔들의 여파와 이번주 변칙 거래 사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시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J.P.모건 싱가폴 지사의 통화 전략가인 제임스 말콤은 금요일(이하 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들게 만드는 요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홍콩 증시 '의기양양'

도요타가 미국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펩시 콜라가 중국 마케팅에 나서는 한 각국 증권 시장은 계속해서 일정 부분 상호 연관성을 지니게 된다.

금융 위기 이후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는 세계 최고의 관리 및 투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증시에 동조 현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엔론 사태 이후 이런 분위기는 막을 내린다.

투자 전략가들은 올해들어 아시아 증시가 독자적인 투자 마인드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홍콩 증시는 지나치게 독단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홍콩의 짐 톰슨 미 상공회의소 의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쭐해 하는 분위기를 점점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무척이나 거만해져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홍콩 기업체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 방식에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 당신네들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이들과 의견을 같이 한다. 금요일 일본의 토픽스 지수도 0.93% 상승해 수요일 미국의 S&P 500 지수보다 33%가량 더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로 몰려드는 미국 투자자들

아시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정치적 안정을 찾아감에따라 미국의 투자자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은 미국증시에 대해 독자적인 흐름이 꾸준하지 않지만 외환 시장은 디커플링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디커플링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주식과 채권, 외환 시장 별로 차이를 보인다.

주식 시장의 경우 국내 정치 상황, 정부의 규제, 업체 관련 유언비어 등에 따라 필리핀의 경우 처럼 여타 국가에서는 전부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기도 한다.

대만 증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여전히 미국 나스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투자 전략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수요일 나스닥 지수는 1.65% 오른 반면 금요일 대만 증시는 2.43% 상승했다.

디커플링 현상은 외환 시장에서 가장 극명히 나타난다.

외환 시장서 디커플링 가장 두드러져

말콤은 "달러화의 약세로 외환 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얻었다"고 전했다.

일본 엔화 뿐만 아니라 한국 원화, 대만 달러, 싱가폴 달러 등이 미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폴과 대만의 중앙은행들은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자국 통화 환율을 계산한다. 하지만 유로화나 일본 엔화도 사용된다.

엔화는 지난 2월 이래 초강세를 이어왔고, 이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계속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외환 보유고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일본 엔화는 금요일 오전 런던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120.54엔에 거래됐다. 미국 경제가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이같은 엔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국제 증시는 계속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왔다.

말콤은 "앞으로 세계 증시의 대미 민감도는 더욱 커질 것이나 외환 시장의 민감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예외는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디커플링 현상은 주로 미국 투자자들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월드컴이나 기타 관련주들이 폭락할 것을 우려해 미국 시장에서 손을 뺐다.

HSBC 은행의 개리 에반스 일본 전략부장은 미국 증시가 과평가돼 있으며 아직도 20~25% 가량은 더 떨어질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 증시 독자적 행보

일본의 6월 토픽스 지수는 주로 미국의 기술주 하락에 영향받아 12% 하락했다. 하지만 에반스는 6월28일 '디커플링인가? 궤도 이탈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 증시의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HSBC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지언정 현재까지 일본 경제 회복에 특별히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술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는 바닥권에 근접해 있다.

일본 증시는 아무리 낮아도 950 수준에서 저점을 형상할 것이라고 에반스는 내다봤다. 이는 금요일 폐장가보다 8.9% 낮은 수치이다.

미국 증시가 앞으로 25% 더 하락한다 하더라도, 일본 토픽스 지수는 연말까지 1150~12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에반스는 내다봤다.

HONG KONG, Chin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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