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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어디로 … 러시아서 행방 감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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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정보당국의 개인 정보 수집을 폭로하고 홍콩을 떠나 망명길에 나선 에드워드 스노든(30)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모스크바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이 그의 신병 인도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러시아·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홍콩을 떠나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한 스노든은 24일 쿠바를 경유해 그의 망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에콰도르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쿠바행 항공기 티켓을 구매했으나 이날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항공기 탑승구 주변에는 30여 명의 기자가 있었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미국 사법당국의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그의 소재를 놓고 관련국들은 모두 ‘모른다’는 입장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홍콩이 법에 따라 출국을 결정했을 뿐”이라며 그의 소재 파악과는 선을 그었다. 홍콩 정부도 “법에 따라 스노든의 개인 의사를 존중한 결정”이라며 구체적인 망명지나 소재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홍콩 정부가 스노든을 미국으로 추방하지 않고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르게 한 데는 중국의 숨은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이런 조치는 미·중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중범죄자인 스노든을 하루빨리 미국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25일 미 정보당국과 언론의 추적을 피해 스노든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에 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스노든이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입국 수속을 밟지 않고 공항 내부에 체류하며 환승을 기다릴 경우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고 외교적으로 치외법권 지역이어서 러시아 당국도 손을 쓸 수 없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 언론은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전 세계 해킹 정보를 갖고 있는 스노든을 그냥 출국하도록 놔둘 리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스노든의 신병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스노든은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았다. 러시아는 스노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운영자인 줄리언 어산지도 24일 “스노든이 위키리크스 회원인 세라 해리슨과 동행하고 있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라고 전했다.

 모스크바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스노든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해 탑승구 쪽으로 이동할 때 부근에 차량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귀빈 통로 부근에도 에콰도르 국기를 단 차량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노든이 에콰도르 국기를 단 차량에 탑승한 것을 본 목격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에콰도르 정부는 스노든의 정치적 망명 요청을 매우 책임 있는 방식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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