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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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이 공개됨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새누리당 측에선 줄곧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공격했고 이명박정부 관계자 일부도 이에 동조했었다. 민주당 측은 대화록 전문을 보면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응해 왔다.

 대화록에 따르면 여러 부분에서 NLL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는 대목들이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 짓기도 어렵게 하는 대목도 있다. 어쨌든 국민적 컨센서스와 동떨어지게 사실상 영해선으로 굳어져 있는 NLL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었다.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회담 내내 NLL을 영해선으로 고수하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NLL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남북군사회담에서 ‘NLL문제 의제로 넣어라…타협해야 할 것 아니냐…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또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와 같은 표현도 있다. 정상회담 전에도 국내에서 NLL에 대해 “영토선이라고 하는 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다수 국민의 생각과 거리가 먼 부적절한 표현이다.

 한편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NLL을 포기하거나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힌 대목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라고 말한 대목도 있다. 서해 경계선을 두고 남북이 갈등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 바로 이어진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건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NLL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해소하자는 제안을 하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화록에서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인식 자체는 문제가 있다. NLL은 1953년 정전 이후 지금까지 서해상의 남북한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이 남한 국민은 NLL 남쪽 바다를 생활의 터전이자 영해로 인식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것이 10여 년 전부터 북한이 문제 제기를 하고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자행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LL의 성격에 대한 변화 문제를 북측과 논의하겠다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일이었다. 북측이 NLL이 실질적인 경계선이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우선됐어야 했다. 영토주권의 보전, 서해 5도 주민의 생존권, 수도권 방어태세 등 대통령이 지켜야 할 의무를 감안할 때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

 대화록에는 NLL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이 특유의 적나라한 화법으로 많은 문제 발언을 한 대목이 눈에 띈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인식한다는 식의 발언이나 자주국방을 둘러싼 발언, 일본의 납북자 문제에 대해 잘 못 알아듣겠다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과 다르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문제 발언을 마구 쏟아낸 것은 국격과 국익을 손상시킨 일이다.

 우리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해롭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전문이 공개된 마당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불가피하다. 결론은 노 전 대통령의 평양 행보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몇 달간의 논란은 과도한 것이었다. 이제 소모적인 정쟁은 접어야 한다. 다만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며 남북한 간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확고히 지켜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여야가 이런 합의와 함께 논란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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