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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정년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옛날부터 신입구출이란 말이 있고 서양의 새문명이 들어온 후로부터는 「신진대사」란 말이 성행되었다. 이것은 다 우주발전의 공리를 표현한 말로서 누구도 이 공리를 변개시킬 수도 없고 지연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영구불변의 엄연한 철칙인 것이다. 아무리 역발산 기개세한 영옹호걸이라 할지라도 그가 이 우주의 한부분이요 분자인이상 이 만고불변의 천리에는 당연히 순응하여야 할 것이요, 조금치라도 거역할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생활에 있어서, 특히 그 직업에 있어서도 적당한 시기(즉 연령)에 그「바통」을 후래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요, 또 누구라도 이미 각오하고있는 터이다. 필자가 이번에 성균관대학교의 교수와 보직으로서의 대학원장 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학교를 위하는 의미에서나 나자신을 위하는 의미에서 얼마나 당연한 일이요 자연스러운 일인가. 섭섭하다는 점으로 말한다면 그야 『5, 6월겻불드 쬐다 물러나면 섭섭하다』는 속담이 있는 그대로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습성이라고 할는지 인간도 물질이라면 관성이라고 할는지, 날마다 거의 기계적으로 되풀이 하든 일에 일단 종지부를 찍고 종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또는 다른방법으로 움직여야된다는데 일종의 서운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것은 아마 불완전한 인간성의 결점인지도 알수 없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다분한 영광과 감사를 느끼는 마음도 결코 적지는 않다.
왜냐하면 5·16군사혁명이 일어나던 1961년9월말에 서울대학교에서 이미 정년으로 퇴임한 인간으로서 다시 대구대학에서 만1년, 그리고 성균관대학교에서 2년7개월동안 교수의 자리를 더렵혔다는 것은 덤으로 받은 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생 동안에 한번 정년도 어려운 일인데 거듭 정년의 용퇴를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만한 복을 누렸으니 이제 편히 쉬라는 천래의 선고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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