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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졸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마다 2윌하순께 이맘때만되면 26일의 서울대학교졸업식을 비롯하여 각대학교의 교문 위에는 하나같이 「축 졸업」이라는 「아치」가 장식되어 교문을 떠나는 이들을 환송해준다. 그러나 20여년동안 대학 교단을 지켜온 나로서는 언제나 졸업때가되면, 과연 이들 졸업생들이 졸업을 한뒤 하나도 낙오하지않고 잘들 살아갈까하는 노파심에 사로잡히곤한다.
깜장색「가운」을 걸치고 술이 달린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은 누구나들떠있는 기분들이다. 아니 이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이 흥분해 하시는 분은 부모님·형제분들일 것이다. 코흘리던놈을 이만큼 키워놓았으니 무척 대견들도 하실말이다.
그렇지만 졸업생 당자들은 이 졸업을깃점으로하여 사회로부터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 공인을 받는다. 대학생이기에 너그러이 봐주던 사회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어른으로 취급하는것이다.
우선 취직을 하여야한다. 직장을 잡지못하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져서 인생의 출발부터 힘이 없다. 또성인이 되었으니까 결혼도 해야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자면 타고난 복도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들을 갖추었다면 졸업이야말로 그에게는 다시 없이 기쁠터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쓸쓸할 것이다.
졸업이란 결코 인생의 졸업이 아니라 교육의 그것일진대, 졸업을 곧 학업을 놓는 것으로 착각한다면 큰 오해라고 믿는다.
또 졸업이 대학과 인연을 끊는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또한 크나큰 잘못이 아닐수 없다. 인생을 완전히 졸업할 때까지는 사제관계·동창관계는 면면히 결속되는 까닭이다.
나는 졸업생들이 자립해서 결혼 주례를 부탁해온다든지, 귀여운 아기들을 데리고 잊지않고 찾아줄때마다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만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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