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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찾는 전환기|연구 기관장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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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학기술진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역설할 필요조차 없다. 과학 기술을 진흥하는 경우 우선 독창적이고도 질 높은 연구 성과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도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연구기관 특히 정부산하 연구 기관은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면 과연 그러한 중대 책임을 다 했다할 만큼 여러 연구기관들은 최선을 다해온 것일까. 『노』라는 대답이 나왔기 때문에 작년부터 전국 연구기관장이 과학기술처 주재로 일당에 모여 갈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 20일 중앙청 제1회의실에서 제2의 전국 연구 기관장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나마 최초로 각 연구 기관의 연구 「테마」, 연구 예산 등에 대해 70년부터 과학기술처에서 선심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 토의됐다.
「연구개발이란 무엇이냐」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의가 아직까지 없었다. 동 전국 연구 기관 회의에서 비로소 과학기술처에서 유권적으로 내린 정의가 제시되기까지 제멋대로의 해석을 내려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엔 약1백개의 연구 기관이 있지만 정말로 연구다운 연구를 하는 기관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다고 극론하는 사람조차 있을 정도로 그동안의 연구 실태는 한심스러웠다.
최근 청와대과학담당비서관이 중심이 되어 정부 산하 각 연구기관의 지난 3년간 연구 실태를 분석한 일이 있다. 발표가 안되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기가 막힌 일,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누가 보나 연구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1개 주사가 1천만원의 연구비를 썼는데 사용 명세조차 적지 않고 있었고 68년도 연구비 12월21일에 지급되기도 했으며 연구비가 쥐꼬리만하다고 해서 끝판에 가서야 외국문헌 한두개를 뒤져 베껴낸 것이 드러나는 등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사실이 수두룩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70년도부터는 정부 산하 각 연구기관의 연구테마 연구 예산 등에 대해서 적절한가 중복이 없는가 등을 과학기술처에서 먼저 심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전국 연구기관장 회의에서는 과학기술처에서 제시 한 선신 조정 방침 등이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논의했던 것이다.
이제까지는 연구 업적을 그 다음해 5∼6월 혹은 가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선심을 위해서는 3월 이전에 발표하라고 과학기술처에서 요청했으나 이해 관계 때문에 난색을 표명한 연구 고관도 있었다고 한다.
연구에 대한 선심 판정 문제로 각 연구 기관은 전환기를 맞은 셈인데 과학기술처에서 앞으로 얼마나 공평하게 그 문제를 처리하여 갈 것인지, 그리고 각 연구 기관에서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나라 과학기술 진보에 큰 영향이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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