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등 떠밀려 감독됐다?’ 천만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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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이 없었다면 끝까지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 떠밀려 지휘봉을 잡을 사람이 아니다."

홍명보(44) 감독의 최측근은 24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홍명보 강제 발탁'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오히려 홍 감독이 주도권을 쥐고 협상 과정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최강희 전 감독이 A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홍 감독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축구계에는 '홍명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대표팀을 맡게 됐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일찌감치 홍 감독을 '포스트 최강희' 0순위로 낙점한 축구협회가 밀어붙이기식 협상으로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는 이야기였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조광래 전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감독에게 반강제적으로 지휘봉을 맡겨 물의를 일으켰던 축구협회가 다시 한 번 잘못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몇몇 언론은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는 홍 감독을 축구협회가 놔줘야 한다'며 성토했다.

루머의 인과관계는 제법 그럴듯하다. 홍 감독은 올해 초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기 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차기 대표팀 지휘봉에 관심이 없다.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대표팀 감독직과 관련해 단 한차례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들어 축구대표팀의 졸전과 최 감독의 전북 복귀 선언, 홍명보 차기 사령탑 내정설 보도 등이 줄줄이 터져나오며 '양념'이 곁들여졌다. 이 와중에 '홍 감독이 축구협회의 사령탑 제의를 고사했다'는 오보까지 추가돼 '홍명보 강제 발탁'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실상은 소문과 달랐다. 홍 감독의 측근은 "축구협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분위기를 이끈 것은 오히려 홍 감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항간에는 소극적인 홍 감독을 축구협회가 열심히 설득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면서 "홍 감독은 A대표팀을 맡아 이끌어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이후 계약기간, 대표팀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능동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대표팀 지휘봉에 대해 소극적이던 홍 감독의 생각이 바뀐 건 안지에서의 연수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5월 말 안지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몇몇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대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며 쉽게 얻기 힘든 노하우를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 감독의 은사인 거스 히딩크 안지 감독은 팀 전술 회의에 홍 감독을 꼬박꼬박 참여시키고, 수비 전술 수립을 일임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홍 감독 측근은 "안지 연수 이후 홍 감독이 본격적으로 대표팀에 대해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준비 기간이 빠듯하지만, 홍 감독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선수 선발 및 구성, 대표팀 일정, 협회와의 공조 시스템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청사진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온라인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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