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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관의 학생 모집 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3일 문교부는 서울시내의 각사설 강습소(학관)의 고교입시반 및 고교인학자격검정고시반의학생모집을 일절 금지케 하고, 만일 이를 어겼을 때에는 폐쇄조치를 취하도록 시교위에 지시했다고 한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올해 서울시내에서 처음 실시된 중학무시험 추첨제가 뚜껑을 연 이후, 갑자기 현실적인 사회문제로 화한 일부학부형 및 어린이들의 반발에 대처, 이들이 사설학관에 몰리려는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71년도부터 전국적인 확대실시를 목표삼고 있는 이 중학무시험 추첨제의 성패는 거의 전적으로 올해 서울 시내에서의 실험결과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미 실시된 이제도의 첫반응이 예상외로 심각하여 적지않은 수효의 학부형·어린이들이 배정된 중학에의 진학을 포기하고 대거 사설학관등에 몰리려는 경향을 뚜렷이 나타냈다면 애당초 이 제도를 구상하고 시행했던 문교당국으로서 이제도의 원만한 성취에 방해가 될 요소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가급적이면 이러한 저해요소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안가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지나친 초조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교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그것이 법적으로는 물론, 민주교육행정의 정도를 크게 벗어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문교당국의 이번 조치는 교육법은 물론 「사설강습소에 관한법률」의 어느 조항에서도 그 타당성을 찾을 수 없는 월권적인 행정명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어떤 사인이든지 『청소년이나 성인에게 지식 또는 기술이나 예능을 전수할 목적으로…정한 시설』을 갖추고 시·도교육위의 설립 인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동법 제8조에 제시된이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휴소 또는 폐소를 당할 아무 이유도 없는 것이다.
기왕에 고교입시반이나 검정고시반의 운영이 합법적으로 인정된 것이라 한다면, 그때그때의문교정책상의 변사를 위하여 법에 소정된 정당한 사유없이 학생모집을 중지케하거나, 폐쇄를 명할 수 없음은 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다음, 민주주의적인 교육제도하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그자주적인 운영이 적극 장려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교육외 내용과 형태등에 있어서도 되도록 다양성이 인정되어야하는 것이다. 정규의 교육기관에 진학하여 정상적인 교육을 받아야할 어린이들이, 중학진학을 포기하고 학관에서의 비정상적 설교입시준비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하겠으나, 그렇다고하여 이러한 교육통로를 통해 정상이외의 교육을 받기를 자원하는자의 교육기회를 계획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은 우리의 균법정신을 유린하는 처사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 제도나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권이나 기득권을 정당한법적 절차 없이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법치행정의 ABC에 속하는 일이다. 의무교육이아닌 이상, 정규교육과정을 굳이 마다하고 학관진학을 지원하는 국민의 권리를 함부로 제한할수도 없거니와 합법적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사설강습소의 기득권에 대한 침해가 행정당국자의자의로 함부로 행해질수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교부당국은 어떤 방법으로도 억지로는 말에 물 먹일수 없다는 잠언을 거울삼아 이번 통첩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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