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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면허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약사고시의「스캔들」은 충격적이다. 서울대 약대생들은 문제가 사전에 누설되었다고 시
험을 거부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험거부엔 동정의 여지가 있다.
시험장주변에 정보조직이 있는 것을 보면 문제누설의 가능성은 터무니 없는 얘기만은 아
닌것같다. 출제위원들에게서 흘러나온둣한 예상문제집이 거래되고있는 사실만 보아도알수
있다.「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그문제의 누설이 아니다. 약사가「커닝」이나 부정한 수단으
로 면허증을 받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약사는「약사법」에 따르면『공중위생의 향상·증진
에 기여하고, 국민의 건강생활의 확보』를 그 임무로 한다. 약사고시를 굳이 국가에서 시행
하는것은 그「임무」의 무게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방임해둘수는 없는 것
이다.
임상의 경우에 완전무결한 약품은 이 세상에 없다. 한가지 약이 개발되려면 보통 그것은
세단계를 거쳐야 한다.「파일러트·테스트」(예비실험), 본격적 비교실험, 그리고 발매후의
부작용조사. 이 과정이 끝나야 약은 약으로서의 자격을 갖는다. 예비실험은 적어도 2천 내지
3천번에 한번 정도의「에러」(착오)가 발생하는 확률에서 끝이 난다.
독일은 금년부터 약학과학생들에게 의학통계학을 의무적으로 가르친다. 직관만 가지고 약
을 조제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서 시작된 강좌이다. 약품의 안전성은 그만큼 강화된 셈이다.
약사가「커닝」에 의해서 면허를 받을수 있다면, 그것은 약학의 진보와는 반대의 현상이
다. 약사는 공중의 위생은커녕, 공해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약사가 이처럼「검은면헛증」을 받으려는「풍조」도 외면할 수는 없다. 약품의「인플레」,
「약방의 성시」「만병통치적 약사행정」은 모두 약사고시「스캔들」의 공모자들이다.
이번 기회에 약사시험제의 보안만 다룰 것이 아니라, 약사행정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커
닝」약사들이「커닝」조제의 약품으로 시민을 위협할 생각을 하면 절로 오한이 난다. 고단
위 항생제의 약사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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