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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페이퍼' 저자, 홍콩 탄압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스트셀러 '천안문 페이퍼'의 공동 저자인 링크는 홍콩 입국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구금당했다고 말한다.
미국의 중국학 연구가 페리 링크는 "홍콩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으며 체제전복대응법이 도입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천안문 페이퍼'의 공동 저자인 링크 교수는 지난 수요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입국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약 45분간 구금당했다고 밝혔다.

링크는 목요일 홍콩 주재 해외 특파원 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전날의 사태에 대해 중국 국가 보안 당국이 홍콩에까지 자신들의 통제 권력을 확대하고 싶어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쩌면 홍콩특별행정구(SAR) 당국 인사 중 일부가 오는 장쩌민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 기간에 '말썽꾼'이 이곳에 머물지 못하도록 내린 조치일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장 주석은 오는 일요일 홍콩 반환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며, 홍콩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 당국은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많은 수의 해외 파룬궁 수련자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

링크는 이와 같이 불쾌한 경험을 겪게 된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어쨌든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일종의 '겁주기 효과'를 가져다 준 셈이라고 말했다.

링크 교수는 "홍콩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은 '행동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해외 지식인들의 홍콩 입국 거부 사태와 관련해, 링크 교수는 '1국가 2체제' 원칙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 대부분이 홍콩 주재 특파원들과 외교관들이었던 이날 자리에서 링크 교수는 "1949년 당시 중국 공산당이 처음으로 본토 주요 도시에 발을 내디뎠을 때도, 이들은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며 현재 생업에만 계속 충실하라고 말했었다"며 "하지만 1년 후 중국 정부는 지주 및 자본가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 당시 많은 반체제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링크는 천안문 광장 학살사태가 발생한 직후 몇 달간 홍콩에서 체류한 바 있다.

그는 "1989년 당시 홍콩 현지 언론은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중국 내 사태를 바라보며, 홍콩만의 독자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그가 홍콩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표현의 자유 및 중국 정부에 대한 저항 의식이 크게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링크 교수는 만약 홍콩 특별 행정부가 체제전복대응법안을 제정하게 된다면 이곳의 '자기 검열' 양상은 더욱 심각해 질것이라는 많은 홍콩 주민들의 우려에 동감한다고 덧붙였다.

첸치천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고위 관리들은 최근 홍콩 특별행정구가 중앙 정부에 대항하는 반체제 운동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체제전복대응 법안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링크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가 점점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공포감과 자기 검열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샹들리에의 아나콘다'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샹들리에를 감고 있는 거대한 뱀은 몸을 구태여 움직이거나 어떤 특정한 대상에게 위협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조용히 '너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잘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각자의 행동을 수정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링크 교수는 중국 정부가 과거 구소련과는 달리 국가가 원하는 행동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이런 모호성을 아주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모호성은 구체적인 강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유발시킨다"며 "이는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도록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둥젠화 홍콩 행정장관 역시 이러한 샹들리에의 아나콘다 아래에서 살고 있는 셈"이라며 둥 장관도 중국 정부의 의도를 파악해 이에 적절히 순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Willy Wo-Lap Lam -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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