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U2기 사찰비행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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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는 10일 U2 정찰기를 이용한 유엔의 이라크 영토 감시를 허용하고 정찰기 조종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이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는 U2기를 이용한 유엔의 사찰 비행을 무조건 허용하고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과학담당 보좌관 아미르 알사아디도 "미국의 U2, 프랑스의 미라주, 러시아의 안토노프기를 이용한 이라크 사찰을 무조건 허용한다는 뜻을 무기사찰단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찰기와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점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의 사찰비행 허용, 무기사찰단에의 협력 약속에 대해 "과거 경험으로 판단할 때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면서 "이라크는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걸프 지역에선 전쟁 개시를 위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병력 이동이 계속됐다.

◇미 병력 13만명 넘어서="걸프지역 배치 미군 병력이 총 13만3천명선을 넘어섰다"고 미 국방부 관리가 10일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리는 쿠웨이트에 현재 5만5천여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고 부근 해역의 군함에 약 3만5천명의 해군.해병대원이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군의 법적 지위에 관한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대로 3천5백여명의 지원병력이 터키로 투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국들도 파병=걸프협력협의회(GCC) 6개국은 10일 쿠웨이트에 2만명의 '걸프방위군'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에 앞서 6개국 외무.국방장관은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이라크 전쟁 발발시 회원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2만명의 걸프방위군을 이른 시일 안에 쿠웨이트에 파병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 병력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에는 가담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유전 파괴 준비"=미국 NBC 뉴스는 10일 "이라크 군부가 향후 미국 주도의 공격이 개시될 경우 유전을 파괴하기 위해 다량의 폭발물을 유전지대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군은 1991년에도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7백30여개의 유전을 폭파해 쿠웨이트 경제에 4백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혔다.

서정민 기자 <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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