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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5년 퇴임 2일 앞둔 「존슨」 치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계속합시다』란 구호를 내어 걸고 4년 전에 출범한 「존슨」 호는 앞으로 2일 후면 그 항해를 마치고 조용히 닻을 내린다.
「팡파르」를 울리며 화려하게 출발하던 때와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역사의 장에서 물러나게 되는 자신을 보는 「존슨」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오고 갈 것이다.

<센티멘틀·저니>
거칠 것 없는 「텍사스·스타일」로 종횡 무진하던 「존슨」도 최고의 정상에서 물러서게 되는 순간에는 미련으로 「센티」에 빠진 듯, 지난 14일에는 관례를 깨뜨리고 직접 의회에 나아가 연두교서를 낭독함으로써 「텍사스·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센티멘틀·저니」란 별명까지를 얻었다.
1963년 11월 22일 고 「존·F·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함으로써 뜻밖에 생각보다 빨리 자기의 최고 야망인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린든·B·존손」 대통령은 「에고」(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그의 경쟁 상대에 대한 지나친 「라이벌」의식은 고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아우인 고 「로버트·케네디」 상원 의원에게 끈질기게 또 노골적으로 표시되어 많은 식자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존슨」 대통령이 대의회 관계에서 남긴 업적은 그를 비판하는 누구도 무시 못 할 혁혁한 것이었다.

<「루스벨트」 능가>
특히 「존슨」 대통령이 취임 백일간 의회에 보낸 일련의 입법 요청 「메시지」는 그 수에 있어 역사상 명 대통령으로 기록된 「프랭클린·루스벨트」 대통령의 기록을 능가하고 있다. 『위대한 사회 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존슨」 대통령은 사회 개혁에 정열을 쏟아 임기 동안 노령자를 위한 의료보장, 교육 원조, 주택 보조, 지역사회 개발 계획, 빈곤 추방 계획 등 다채로운 제계획을 수행했으며 민권 법의 통과는 그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3선의 욕망 버려>
역사에 유명한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까지 받기를 원해 온 「존슨」 대통령은 그의 임기 동안 어떻게 하든 시대의 최대 과제인 월남전을 해결해 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월남전은 끝내 해결을 보지 못한 채 그의 후계자인 「닉슨」에게 「바통」을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이와 아울러 월남전을 하루속히 해결해 보려는 욕망 때문에 국력을 일변도로 투입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인종 폭등은 그의 인기를 점점 하락시켰다.
하락된 인기가 만회할 수 없을 정도임을 판단한 「존슨」은 지난 3월 재선의 욕망을 접어 두고 백악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서운 집념의 사나이인 「존슨」은 그의 잔여 임기 동안 월남 평화, 미소 「미사일」협정, 「푸에블로」호 승무원 석방의 3대 과제만은 해결하여 그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했다.

<설득력 최고 수준>
이 가운데 「푸」호 선원 석방은 이미 달성하고 (68년 12월 23일) 월남 평화는 16일 극적으로 4자 확대 회담에 합의를 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남겼다.
「존슨」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이었는가 아니면 평범이나 그 이하의 대통령이었던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소수인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의 절묘한 그의 화술이나 설득력은 최고의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 사이에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그가 국민의 인기를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중도 정치」의 「코스」를 밟음으로써 국민의 신뢰감을 잃게 된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아무튼 5년 간의 백악관 생활을 청산하고 「텍사스」의 농장으로 귀거래사를 읊으며 돌아가게 된 「존슨」은 그의 선임 대통령 사이에서 도저히 보지 못할 만큼의 「스무드」한 의회 조종 등으로 보아 「스테이츠·맨」 (정치가)이라는 인상보다는 「폴리티션」(정략가)이라는 인상이 짙게 풍겼다. <김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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