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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세제·담배 몰아낸 증도 … 이번에는 '차 없는 섬'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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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남 신안군 증도의 관광 명소인 짱뚱어다리 주변 풍경. 주말이면 솔무등공원에서 우전해수욕장을 잇는 나무데크(470m) 부근에 차량이 몰려 큰 혼잡을 빚는다(위 사진). 반면 관광객 발길이 뜸한 평일에는 섬 전체가 한적한 모습이다. 신안군은 내년 하반기부터 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통제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인구 2029명의 작은 섬인 전남 신안군 증도는 3년 전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됐다.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지도와 송도, 사옥도를 잇는 연륙교 4개를 차례로 거치면 자동차로 증도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다리 개통은 육지 나들이를 배편에만 의존해 온 증도 주민들에게도 편리함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증도는 다리 개통과 함께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연간 70만~83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면서 그들이 타고 오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휴일에는 하루 평균 4000여 대의 차량이 증도로 들어와 간선 도로는 물론 농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주민 최장선(66)씨는 “휴일이면 여기저기에 차들이 가득 차 경운기조차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1.5~2t에서 4.5~5t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증도대교가 ‘슬로시티’를 ‘퀵시티’로 바꿔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증도는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도시화와 개발의 물결에서 한발 떨어진 ‘느려서 행복하고 오염되지 않아 건강한 곳’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증도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지금 증도대교 입구의 공터 3만413㎡에는 주차장과 환승 시설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인수 신안군청 문화관광과장은 “올해 안에 주차장 공사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부터 섬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차량을 섬 입구 주차장에 세운 뒤 전기버스나 자전거·마차로 섬을 여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 차량 620여 대도 전기자동차로 바꾸거나 부제로 운행해 섬 안 운행 차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대신 신안군은 증도에 1050대의 자전거를 비치하고 주민들에게는 이름표가 붙은 파란색 자전거 550대를 나눠 줬다.

 자동차 추방에 앞서 증도는 이미 합성세제와 담배 연기를 추방했거나 추방 중에 있다.

 신안군이 2009년부터 증도 주민 1036가구에 세탁용·주방용 천연세제를 무료로 공급하자 합성세제를 사 쓰는 집이 없어졌다. 김을배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우렁이·미꾸라지·붕어 등 수중생물의 종류와 개체 수가 크게 늘고 아토피 피부염이나 주부습진 따위가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합성화학농약과 화학비료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2008년부터 추진한 ‘금연의 섬’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0명 이상의 섬 주민 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50명이 안 된다. 보건소에서 금연 클리닉을 열고 영업 손실을 보상한 뒤 담배 판매소 5곳과 자동판매기 3대를 없앴다. 하나 남은 담배가게도 곧 폐업하기로 했다. 섬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 2만원을 부과하는 조례를 지난해 10월 제정했고, 계도·홍보 기간을 가진 뒤 내년 초부터 시행한다.

증도=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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