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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살았으면(2)학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제간 욕설교환>
야간부여고생이 사창가에 드나들다 경찰 단속망에 걸렸다. 이튿날 이 사실은 교장에게 통고되고 교장은 학생들의 신체검사를 시켰다. 여교사가 옷을 벗기고 가슴도 조사했다. 교장은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분격한 학생들은 교장을 규탄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지난 여름 서울에서-.
C여고 2학년2반 교실에서 한 학생이 현금7백원을 잃었다. 담임은 무기명투표를 시켰다 .이튿날 아침 그 학생 서랍에 현금5백원과 편지 한통이 들어있었다. 선생은 옆자리 C양을 범인으로 몰아 자퇴를 시키려다가 C양아버지의 고발로 당국의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67년7월)

<부자낙제생 환영>
사부(사·부)일체란 이젠 옛말이 되고 말았을까. 스승과 제자간의 불신의「케이스」는 학원 안에 수없이 깔려있다.
서울시내 모 대학교 총장은 자기를 찾아온 손님과 자기 방에서 환담하다가 웃음의 소리 아닌 기막힌 소리를 했다.
빤히 내려다 뵈는 정문으로 학생들이 꾸역꾸역 들어오고 있었다.『저게 다 돈 덩어리요』라더라는 것.
해마다 입학기가 되면 머리 좋은 신입생보다 낙제한 돈 많은 신입생을 환영하는 학원기업체 까지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읫과대학 학생을 뽑는데도 1백만원이면 시험안치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일부학원이 고질처럼 크게 부패 되 있다고들 한다. 거기에 얹혀 살자니 교수들에게도 입맛 쓴 평이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는「반짝 선생」「매스콤·스타」「미니·렉처」란 낱말들이 유행이다.

<반짝선생 수두룩>
강의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도 그밖의 곳에선 볼 수 있다하여 말하는 것.「미니·렉처」란 10분 늦게 시작하여 10분 일찍 끝내는 선생을 말한단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건방지다고 깨진 유리병과「재크·나이프」로 신입생을 찌른 상급생이 경찰신세를 지는가하면-.(68년4월 농민학교)
산악반을 탈퇴했다고 뭇매를 때린 대학생(68년5월·J대)도 있었다.
중·고교생들이 돌산에 땅굴을 파놓고 지나가는 소녀를 집단으로 욕보이고 사소한 시비로 행인들을 괴롭히다가 잡히기도 했다. (68년 11월·서울종암동)

<스승주먹질 예사>
학생회장 선거 때면 후보자들은 수십만원씩의 돈을 뿌리고 교내 곳곳에서 주먹세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된다. 대학 안에 가면「절구파」「목사파」등 조직 깡패단까지 있어 선량한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스승을 때려 한 때 큰 사회 문제로 까지 번졌었다.
그렇기에 평균42점이면 되는 대학입학예비고사에 단1명도 합격하지 못한 학교가 수두룩하게 나왔다.
믿지 못함은 학부형과 스승사이에도 많은 문제를 낳고있다.

<구두닦이선생님>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아들에게 매를 때린 선생을 수업 중에 뛰어들어 두들겨 때린 정모씨(39)의 경우는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코흘리개까지 반장을 하려면 담임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말을 해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학원의 양심은 마비되었다.
아같이 학원은 폭력과 치부와 불화와 불신으로 얼룩져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학원을 정화하자는 운동은 오래 전부터 학원 안에서 싹터 전국에 메아리친 일이 있지만 성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충주성화학원 원장 박종구(29)와 윤세환(22) 권돈(22) 서상철(21) 이종삼(21) 박상현씨(20)등 교사들은 찌는 듯한 한 여름 구두통을 메고 서울에 올라왔다.
『가르치자 빈농자제』라는 기장을 가슴에 달고 서툰 솜씨나마 방학동안 열심히 구두를 닦은 결과 웬만큼 돈올 모아 가난한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학원정화 사회가>
교사들이 스스로 헌장을 만들고 사도(師道)확립 운동을 벌인다해도 일반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이같은 고식적인 처방으로는 학원정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숙명여대총장 윤태임씨는 『학원정화는 학원자체에서만 책임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전체사회가 다같이 한일이다』고 전제하고『기성세대가 크게 각성하여 스스로 정치, 경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질서를 어길 때는 무엇이든지 용납되지 않는다』는 새 풍토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한다.

<교원처우 개선을>
서울대사대교수 정범모씨는 ⓛ대학은 진지한 학구태도를 체질화하고 초·중·고교는 교원의 처우를 개선하여 학생과 부형이 스승을 믿게 하며 ②사회적으로 하락경향에 있는 전반적인 교사의 지위를 받들어 주는 사회풍토 조성과 ③학교가 외양적인 신분가치를 주는 데가 아니라 능력가치를 기르는 곳으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부모들이 다같이 깨우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웃음으로 맞는 새해 믿음의 사회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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