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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상임위원장끼리 고발전 … 국정원 국조 갈등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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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3선)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3선)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여당 상임위원장이 야당 상임위원장을 고발하는 강수를 던진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국정원 국기문란 진상조사특위’와 법사위원들이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과 서상기 정보위원장의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정보위를 열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분명히 뭔가 커다란 이유가 있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면서다.

 이에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제사법위원장의 신분으로 근거 없는 사실을 공표한 (박 의원의) 행위는 같이 국회에 몸담고 있는 상임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박영선 위원장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으로 이 난리가 났는데 국민의 녹을 먹는 상임위원장이, 그것도 국정원을 소관하는 정보위원장이 3월 이후 한번도 상임위를 열지 않았다”며 "이는 직무유기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야당이 당연히 지적할 것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진의원 간 이례적인 고발전을 비롯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방은 이른 아침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다. 오전 7시30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여의도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만나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통 ‘허니문’이라고 얘기하는, 집권 초기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선공에 나섰다.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시기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게 있으니 당내에서 논의를 해서 검토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야당이 물증 없이 불확실한 제보로 특정인을 거명하며 몸통 배후설을 거론하고 직접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등 정권 흔들기용 공세를 하고 있다”(최경환 원내대표)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지난 3월 여야 전임 원내대표(이한구-박기춘) 합의가 무효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성동 의원은 “국회법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국정조사를 금지하고 있는데, 재판이 시작되고 남은 수사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국조를 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합의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김 대표는 초선의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라는 헌정문란 사건을 제대로 심판해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가”라며 국정조사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생활정치와 민생정당을 내걸고 당 혁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로 전면전을 벌이는 데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내팽개치는 게 야당의 역할이라고 보지 않는다. 6월 국회 파행이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 우리의 전략이 될 순 없다” 고 덧붙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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