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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에 발은 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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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임창순<역학자>
무신년은 지나갔다. 너무나 지긋지긋한 해였다.

<우수선했던 무갑>
청와대습격기도를 위시하여 잇달아 발생한 무장공비의 남침이 아직도 깨끗이 가시지 못한 여운을 남기고있으며 전례 없는 한해는 남쪽 농민들에게 더한층 삶의 쓰라림을 안겨주었다.
새해의 동이 밝았다. 십이지로 닭에 속한다. 닭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가축으로 예로부터 시인문사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한시외전에 보면 「닭은 다섯 가지의 덕이었다. 머리에 벼슬이 있음은 문이요, 발에 며느리발톱이 붙은 것은 무요,

<새벽을 알리는 울음>
적을 보면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이요,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는 것은 인이요, 시간을 어기지 않고 우는 것은 신이라」하며 교훈의 자료로 삼기도 하였다. 닭은 보기에 매우 아름답고 찬란한 문채를 갖고있으나 싸움을 시작하면 온힘과 지혜를 다하여 굽힐 줄을 모른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닭싸움을 붙이고 둘러앉아서 구경을 하며 유흥의 수단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러나 닭에서는 무엇보다도 새벽을 알리는 것으로 가장 인간에게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 닭이 울면 날이 밝는다.

<야반계성의 기쁨>
지난날까지야 무슨 불행이 있었든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든 간에 그것은 모두 쏟아진 물이요, 이제부터는 닭의 소리와 함께 새 희망을 안고 새로운 정신을 진작 시키는 것이다. 엣적 진은 이민족에게 쫓기어 본사를 버리고 강남으로 건너갔을 때 열혈지사들은 북방을 수복하기 위하여 갖은 힘을 다하였다. 왕도·조적 등 여러 사람이 신정이라는 곳에 모여 비분 강개한 토론을 벌이다가 지쳐서 자는 중에 밤중에 닭소리가 들렸다. 조적은 왕도를 발길로 차서 일으키면서 「이것은 기쁜 소식이다. 일어나자!」하며 일어나서 춤을 추면서 그들의 결의를 더욱 힘있게 했다함은 유명한 얘기다. 야반계성은 세상이 시끄러워 짐을 예고하는 징조로 불길하다는 것이었으나 이때의 사정은 시국이 평온하고 보면 중원수복의 길이 차츰 멀어져 갈 뿐이었으므로 조적은 밤중의 닭소리를 듣고 기뻐하였던 것이다.

<불행했던 60년 전>
60년 전의 기유, 그것은 우리에게 불행한 해였다. 한일합방을 한해 앞둔 시기였다. 그러나 또한 민족의 정기를 세계에 드러낸 해이기도 하였으니 안중근 선생은 원수 이등박문을 「하르빈」역두에서 거꾸러뜨렸고 이재명 의사는 매국적 이완용을 칼로 찔러 원수와 매국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러나 한편 친일파의 주구인 일진회의 이용구의 무리가 한일합방을 자진 탄원한 것도 이해의 일이었다.
양극된 국토의 조국, 난림의 강산에 기유년의 알리는 야반의 계성은 4천만의 가슴과 가슴에 새로운 희망의 여명을 선사하였다. 옛 사람은 첫닭이 울면 일어나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오늘의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북토수복>박차를
우리는 오늘부터 지난 악몽에서 깨끗이 깨어나 올해는 새로운「자성과 전진의 해」로 삼어서 과거의 나라를 잃었던 치욕을 명심하고 국토통일을 하루라도 앞당겨 오게 하는데 총력을 집결하여야 할 것이다. 비록 개개인이 안선생과 이의사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한사람의 이 용구가 잇어서는 안될 것이며 왕도·조적과 같이 북토수호을 위한 투지를 일시라도 염원에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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