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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미|「스타인벡」생애와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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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에서 많이읽히는 미국작가중에 가장미국적인 작가가 「존·스타인벡」이 아닌가싶다. 그는 새나라 미국에서도 문화의 역사가가장짧은「캘리포니아」에서 1902년에출생,「유럽」의 지적전통의 중압을 느끼지않는 그지방의 토박이로 자랐다.
세계적인 작가로 올라설때까지 30년대 경제공황과 2차전의 격동속에서 세계국가로 도약한나라 미국과 그 성장의고민을 같이 나누었다.
그는 정력적이고 성실·소박하고「큼직한」미국특유의 미완성의 미를 풍기는 작가이다.

<자수성가의 성실파>
대학을 중퇴하고 작가생활에 뜻을둔채 갖은 고생과 실의와 오랜방황끝에 그가 각박한 미국문단에 처음 이름을 세운것은「포티아」촌을 발표한 33세 때였으니 그는 자수성가한 만성의 작가라 할 수 있다. 체험에서 배운 그는 자기고향「캘리포니아」의향토에 자기세계를 뿌리박을때부터 진짜 자기의 작품을 써내기시작했다. 그의 생활과 사장과 작품이 자기풍토와시대에서 유추되지 않았다는데서 우리는 그의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느낄수있다.
작가「스타인벡」의 생애와 그의 작품세계속에는원시적인생명의「리듬」이흐르고있다.

<항상움직이는작가>
장구한 과거에 지적중압을 모르고 자기주변의 새로운 인간사회를 직연·관찰하며 원시적 상장력을 자유롭게 구사할수있었던 그는 발표한 작품의 수가 30권이 넘고 그 발표수단으로는 현대의 모든「미디어」를 닥치는 대로 활용했다. 그는 사건이 터지는곳, 흥미를 느끼는 곳이면 어디든지 안가본데가 없었다. 해중동물의 생태를 알고싶으면 바다로 배를띄우고 농장에 파업이 일면 현장으로 달려가고, 2차대전이 터지면 붓을들고「유럽」으로 달려가고, 미소냉전 당시에는 소련을 찾아가고, 자기나라를 다시한번 바라보고싶으면 개한마리를 데리고 자가용「트레일러」로 국내를 두루 돌아다니고, 월남전을 살피고자 노구를 이끌고 월남을 찾아 갔다. 참으로 그는 정렬적이고 남성적인 작가이며 미국적인 억센 생활력을 구현한 상징이 아닐까한다.

<인간을생물차원서>
그에게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간을 생물의차원에서 보는 그의 인간관이다. 그는 인간사회를 생물체의 집단생활에 비겨보았다. 오로지 생존을 위하여 아귀다툼을 하는 각종생물집단의 투쟁을 인간사회의 생태에 투영시킨 것이다. 미국이 오늘날 세계국가가 된 것은 1930연대에 근대화과정을 겪은 덕분이었다.
어느나라에서나 근대화과정이 그렇듯이 빈부의 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인간이 인간을 인간답지못하게 다루는 버릇이 판을치고, 파괴적인 개인주의가 범람하던 시절에그는 목전의 사회를 초월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를 냉철하게, 그리고 동정적으로 관조하는 태도를 가질수가있었다.
미국적인 찬천사상, 건설적인타협, 협동의정신, 이것은 불황의 괴로움을 겪던 1930연대의미국인들에게 깊은 위안과 생에대한의욕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최고수준산문문학>
작가「스타인벡」은 예술가로서도 대가라는 칭찬을 받을만하다. 창작에서 발휘된 그의 실험적정신은 그의 걸작으로 곱히는「생쥐와인간」과「분노는 포도처럼」을 산문 문학의 최고수준으로 올려놓아 주고 있다. 그 극적구성, 각종문체의 자유로운 구사는 문학기교에 고전적인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스타인벡」의장기는 인간사회의 생애를 그리는데 있었다. 그러나 인생의 「Why」즉인간의 조건을 개인을 중심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한점, 여기에 그의 작가로서의 역량의 한계가 있지않았나싶다.

<고대교수·영문학>강봉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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